연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6’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쇼’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스마트카(smart car)가 전면에 나섰다. 벤츠, 포드, BMW, 아우디 등 세계적인 자동차 완성기업이 대거 참여해 첨단기술을 탑재한 스마트카를 선보였으며, 관련 업체만 120여개가 참여해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현장에서는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길안내 등 운전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음악과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된 차 등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벼운 자동차 만들기위해 부품 전장(電裝)화…IT기업 채비

탑승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자동차와 IT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자동차 부품의 전장(電裝)화가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된지도 오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장부품은 기계식으로 작동하던 기능을 전자장비화 하는 것을 뜻한다. 기계식 브레이크 대신 전자식 ABS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부품이 전장화 될수록 자동차 전체 중량이 가벼워지고 관리하기가 편해진다. 전체 중량이 가벼워지니 연비가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사고의 위험,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앞으로도 전장부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의 시장규모가 2012년 210조원에서 2020년 3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장부품의 시장잠재력을 알고 있는 글로벌 IT기업은 앞 다퉈 자동차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차 등의 첨단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IT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기계식 부품에 전자제어식 첨단기능을 장착하는데 주력하는 반면 글로벌 IT기업은 내비게이션, 외부와의 통신, 스마트기기와의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장착하고, 자율운전 등 운전이 편리해질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기업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고, 부족한 역량을 메우기 위해 경쟁 자동차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2019년 자동주행 전기차 아이카(iCAR) 생산을 목표로 한 ‘타이탄(Tita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벤츠 북미 R&D 총책임자였던 요한 융워스를 비롯, 포드사 최고 기술책임자와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하기도 했다. 구글 또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팀을 구성,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의 대규모 IT기업들도 전기차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입의존도 93.8%…‘차-IT’ 스타트업 육성해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2013년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부품 비중이 2010년 35%에서 2030년에는 50%이상으로 증가할 것을 예상했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전기전자부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와 IT융합은 아직 글로벌 선도업체 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대수는 452만대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러나 IT융합과 관련한 기술, 특히 핵심부품에 있어서는 선진국에 뒤져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LG경제연구원의 김범준 책임연구원은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2013년 기준 국내 스마트 자동차 기술은 유럽대비 1.4년 정도 뒤져있다”며 “전체적인 설계기술과 시스템통합 기술은 선진국과 대등하나, 주요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KDB산업은행의 조윤정 선임연구원도 같은 세미나에서 “특히 반도체·센서 등 핵심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 설계 기술수준이 미흡하다”며 “국내 자동차산업의 외형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취약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범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의 수입의존도는 13.8% 정도지만 전장부품 수입의존도는 36.6%에 이른다. 특히 전장부품 중 핵심부품이며 사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3.8%로 가장 높다. 또 스마트카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GPS, 센서,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가운데 몇몇 기술만 국산화됐을 뿐 다른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따라 전장부품의 국산화와 기술내재화가 시급하다. 김범준 책임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 간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그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 및 자동차용 전자부품 생산 등이 ‘자동차-IT’ 스타트업의 창업을 지원해 신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조윤정 선임연구원 또한 “주요 전장품의 수입의존이 심화될 경우 선진국으로의 기술종속, 가격경쟁력 하락, 국내 생산기반 약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함께 기술력 있는 관련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보호를 강화하고, 대기업과의 공정한 거래관계를 세우는 것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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