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스마트폰 터치장갑을 개발한 A기업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중국진출을 계획했다. 그 과정에 주변으로부터 실용신안을 취득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돼 실용신안을 등록하지 않고 중국에 진출했다. A기업의 제품은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으로 오픈마켓에 자리 잡았다. 해당제품은 하루 2000~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던 어느날 A기업은 오픈마켓으로부터 특허권리 침해경고장을 받게됐다. 알고보니 서너 개의 중국기업과 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자신이 스마트폰 터치장갑의 ‘실용신안특허 권리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오픈마켓은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며 일방적으로 판매계약을 해지하고 A기업의 판매아이디를 삭제했다. A기업은 뒤늦게 회사 법무팀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막대한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국에서 철수했다.

#. 화장품 제조업체인 B사는 중국내 한국화장품 인기에 힘입어 20대를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중국진출을 염두에 둔 탓에 유명 한류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 2010년 4월에 먼저 국내에 상표를 출원하고, 5월에는 중국에도 상표를 출원했다.

그런데 그해 12월 B사는 중국 상표국으로부터 돌연 상표출원이 반려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국에서 한국화장품을 유통해 판매하는 C사가 B사의 브랜드를 모방해 먼저 동일한 상표를 출원한 것이다. B사는 수차례 불복소송을 했으나, 중국의 공지예외규정을 알지 못해 패소했다. 결국 5년이 지난 후에야 거액을 주고 자사의 브랜드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대로 된 마케팅과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중FTA 체결로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양국 간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분쟁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이 발표한 ‘해외 지재권 분쟁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발생한 해외 지재권 분쟁 235건 가운데 86건(36.3%)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59건(25.1%), 유럽 31건(13.2%), 일본 21건(8.9%)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전담인력이 없고 비용도 부담돼 해외 지재권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국인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재권의 권리권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중국 지재권 침해구제제도를 우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中 지재권 분쟁 증가하는데…진출기업 13.3%만 지재권 보유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대표변리사는 서울지방중소기업청과 서울산업진흥원(sba)이 18일 연 ‘2016년도 한·중 FTA 실무교육 및 중국진출 전략세미나’에서 “중국이 2008년 지재권 개혁을 표방한 이후 지재권 출원이 폭발적으로 늘어, 발명특허출원건수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지재권 분쟁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특허분쟁은 2008년 4074건에서 2013년 9680건으로 급증했다. 상표분쟁도 2008년 6233건에서 2013년 1만9815건으로 늘었다. 최근 중국기업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경쟁적으로 지재권을 출원하고 있다는 게 유 변리사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2008년부터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재권 전략을 마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중국인들의 지재권 인식도 높아져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에서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권리확보가 필수적이나, 우리 기업은 비용부담과 인력부재 때문에 미국, 일본 등의 기업에 비해 지재권 출원이 현저히 낮다. 특허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중국내 국가별 특허출원건수를 보면 일본은 4만460건, 미국은 3만3963건인데 한국은 1만1528건에 그쳤다.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가운데 중국에 지재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13.3%에 불과하다.

권리권자 승소율 높아…쌍궈제, 전문법원 적극 활용을

중국에서 지재권을 침해당한 경우, 현지의 구제정책을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성원 변리사는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지재권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기업이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중국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IP평가분석기구 ‘CIELA’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86개 주요 도시 181개 법원의 특허침해 및 행정소송에 대해 분석한 결과, 중국피고를 상대로 외국원고(지재권 권리권자)와 중국원고(지재권 권리권자)의 특허사건 승소율을 비교했을 때 외국원고의 승소율이 더 높았다. 외국원고의 승소율은 75%며, 63%인 중국원고의 승소율보다 높다. 배상금 판결도 외국원고가 받은 배상금이 중국원고보다 더 많았다.

유 변리사에 따르면 이는 특허권을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는 미국의 수준과 같으며, 우리나라 특허소송에서 원고승률이 27~28%인 것을 감안할 때 약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중국내 사인간 계약 불이행 소송의 경우는 외국인의 승률이 높지 않으나, 정부기관이 발행한 권리와 관련한 소송에서는 외국인 원고의 승소율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지재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나,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중국 정부의 권리구제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행정보호와 사법보호를 통해 이중으로 지재권을 보호하는 ‘쌍궈제’를 실시한다. 가령 등록 상표권에 대한 중국기업의 침해행위가 일어났을 때, 직접 법원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상표업무 담당 행정기관인 공상행정관리국에 침해자의 행정제재를 청구할 수 있다.

행정구제는 단기간에 권리구제가 가능하고 비용이 저렴한데다 절차도 간단하다. 그러나 처벌이 약하고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사법구제의 경우 비용이 비싸고 처리기간도 길어질 수 있으나, 처벌이 강하고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등의 전리권에 대한 행정단속은 실효성이 높지 않으나, 상표권 침해에 대한 행정단속은 실효성이 높다.

아울러 지재권 전문 1심법원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지재권 전문 1심법원을 설립해 지재권자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지재권 전문법원의 경우, 특히 다른 지방인민법원에 비해 외국기업의 승소사례가 많다. 유 변리사에 따르면, 지방인민법원의 평균 승소율은 60%나 지재권 전문 1심법원의 경우 승소율이 7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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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개정된 전리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타사의 지재권을 의도적·악의적으로 침해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악의적 침해로 추정되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금이 청구된다. 개정된 전리법으로 지방 전리행정부문의 권한도 강화됐다. 따라서 모조품, 기술침해, 디자인 침해 등의 경우에 해당 지방 특허청에 단속을 신청하면 지방 공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송에 비해 비용도 싸고 절차도 간단하다.

유성원 변리사는 “중국이 과거에는 지재권과 거리가 멀고, 불법·짝퉁·모방 등이 난무하는 무법지대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지재권 분쟁에서 만큼은 권리자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만큼 지재권 침해를 당할 경우 중국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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