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반년을 훌쩍 넘으면서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이 지난 25일 국회 앞에서 1위 시위를 하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피해 보상,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S사에 2005년부터 10년간 원부자재를 납품해온 에이스종합상사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S사로부터 단 한푼도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근 세무서로부터 자산을 압류한다는 공문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업체 조순경 대표는 “S사는 정부에서 보상이 나와야 결재할 수 있는데, 보상받은 바 없다고 한다”며 “벌써부터 다가오는 추석이 걱정이다. 대금을 받지 못하면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 섬유원단 업체 ㈜신올은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 지난 2월부터 발주업체인 K사로부터 지금까지 납품대금 2억2500만원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거래처의 주문이 줄면서 매출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임대료는 물론 직원들 급여도 벌써 4개월째 밀린 상태다. 이 업체 김종태 대표는 “정부에서 어떤 명목의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결국은 다 빚”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인데,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절망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한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는 사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산정한 보상금액과 기업이 신고한 피해금액에서 차이가 있고, 보상마저 미흡하기 때문이다.

22일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 신고 규모는 9446억원이다.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은 7779억원으로, 기업들이 신고한 금액과는 1667억원의 차이가 난다.

피해 보상율 또한 부진하다. 정부의 피해보상금 5079억원중 76%(3865억원)만 보상해줬다. 이들 보상금은 토지·공장·기계 등 고정자산 피해에 대한 것이다. 경협보험 가입 기업에 3150억원, 보험 미가입 업체에 대해서는 1929억원을 보험금 방식으로 지급했다. 이들 고정자산에 대한 보상금은 개성공단 재가동되는 경우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이다.

문제는 협력업체의 원부자재 대금과 직결돼 있는 유동자산이다. 기업의 피해신고금액이 2317억원인 반면 정부 보상금액은 1917억원이다. 정부는 유동자산 피해에 대해선 22억원 한도로 피해액의 70%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테면 피해금액이 A사 100억원, B사 66억원, C사 32억원일 경우, 정부 보상기준 ‘70%·22억원 한도’로 지급할 경우 A·B·C사 모두 최대한도인 22억원을 보상받는다. 하지만 보상율을 놓고 보면 A사 22%, B사 33%, C사 70%가 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성현상 비대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고정자산 피해가 막대한 기업이 설상가상으로 협력업체에 지불할 유동자산까지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신고금액과 보상금액의 차액 400억원마저 입주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을 판”이라며 “유동자산은 이유를 불문하고 100% 보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위원장은 “대우조선의 회계부정과 국책은행의 경영부실 등으로 인한 손해를 정부가 수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해 지원해 주는 반면 개성공단 폐쇄 이후 반년이 넘도록 견뎌온 업체들의 자산피해 보전을 이렇게 계속 외면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얻으려 했던 대북제제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만 공고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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