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 규제개선 등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전봇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남 대불산업단지에 있는 전봇대들 때문에 대형트럭이 커브를 틀지 못하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전봇대 하나가 뽑힌 사건이다. 여러 요청에도 꿈쩍도 않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봇대가 뽑히면서, 기업인들 사이에 쓴웃음을 짓게 했던 일 중 하나다. 당시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이 사건은 산업현장에서 걸림돌이었던 불편한 ‘규제’를 개선한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전봇대 1개 제거이후 그 불편함이 사라졌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이지만.

그 바통을 이은 게 박근혜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다. 전봇대처럼 손톱 밑 가시 역시 요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던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대책을 이어받아 2013년 9월 국무총리 소속으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설치됐고, 추진단은 ‘손톱 밑 가시’를 포함한 규제개선을 담당한다. 과연 3년이 지난 지금, 손톱 밑 가시는 얼마나 뽑혔을까. 중기이코노미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단이 접수한 ‘손톱 밑 가시’ 2278건 중 절반 이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사실 손톱 밑 가시는 거창하게 ‘규제’ ‘개혁’이라는 단어를 빌릴 필요도 없다. 기업이 경제활동하는 데 불합리한 것은 없애고 불편하거나 번거로운 것은 단순하게 바꿔 보자는 것인데, 담당 행정기관이 조금만 신경써도 해결될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법령까지 손을 봐야 하는 내용도 있을 것이다. 반면 사사로운 민원의 성격도 있고,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 역시 적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도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한 처리 건수가 절반이 채 안된다는 것은 ‘전봇대’ 사건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내용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건의 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거나, 아직도 답이 없다는 점을 답답해 했다. 취지에 맞는 행정서비스가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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