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취재하다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공무원은 융통성이 없다, 답답하다는 말이다.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리니, 뭘 알겠냐는 성토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이에 해당하지는 않겠으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A지자체 공무원이 육교와 도시곳곳에 걸 홍보문구를 스스로 만들었다가 시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어법에 맞지 않는 요상한(?) 문구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민원이 들어오는 바람에 지자체는 육교 등 도심에 설치한 모든 홍보문구를 떼서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애초에 글을 쓰는 사람이나 카피라이터 등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왜 스스로 해서 이런 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뿐만아니다. B지자체 공무원은 외국대사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화합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던중 아이디어가 생각나질 않아 인턴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물색했다. 비빔밥, 김밥 등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너무 식상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다시 머리를 맞대 고안해낸 것이 ‘화채’였다. 행사당일 외국인대사들이 한명씩 자신의 나라에서 나는 과일을 가져와 화채를 만들었다. 그런데 모양새가 영 보기 좋지 않았다는 게 당일 행사장에 참석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화채는 외국인에게 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데 차라리 전문업체를 통해 아이디어를 냈으면 좀 더 구색을 갖춘 행사를 치루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이러한 몇몇 사례들은 관련 업무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재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예산의 문제인지, 체면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양새가 별로인 탓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유로든 몇몇 지자체 담당자들은 본인이 전문가가 아님에도 이를 해결하려다 안하느니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문가가 아니니 당초 예상했던 결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되려 배로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무원의 잘못이라기보다 전문인력이 아닌 탓에 나타난 결과다.

행정처리에 필요하다면 공무원이 민간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평소 지자체가 민간전문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담반을 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전문가에 위임하거나 도움을 받는 경우 예산이 낭비될 가능성을 사전에 낮출 수 있다. 또 공무원은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아진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데 약간의 비용이 든다고 해도 이는 차후 몇 배의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렵고 모르는 일에 남의 손을 빌리는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행정처리에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도움을 받는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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