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 89.2%가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61.4%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 노조 파업과 임금격차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23일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노조의 부분파업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시선을 제외하면 그다지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평균연봉(6544만원)은 중소기업 평균(3363만원)의 두 배였다. ‘똑 같은 일’을 하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임금 차이가 두 배다.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처럼 불합리한 현상이 ‘왜, 생겼는가’ 이어야 한다.

설문조사를 근거로 중기중앙회는 그 화살을 현대차노조에 돌리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노조의 파업이 협력업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응답자 가운데 그 이유로 ‘하청업체 부담 가중 및 임금격차 심화(67.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불편한 진실을 새삼 들추면서까지 대·중소기업 근로자간 갈등·반목을 유도하는 것이 중기중앙회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저임금’이 현대차를 포함 대기업 근로자들의 ‘고임금’ 때문인가. 아니면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원하청 구조하에서 발생하는 대기업의 관행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때문인가. 둘 모두에 해당된다면 어떤 것이 주범인가.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00~2009년까지 삼성전자 1차 수급 중소기업의 10년치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71%다. 13.28%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그것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격차도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 더 벌어진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 1차 수급 중소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44% 대 3.51%, 1.93p 차이가 있다. 삼성과 다른가하면 그렇지 않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704억원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2005년, 2006년, 2007년 적자기간을 제외하면 그 격차는 삼성전자와 동일하게 2배에 가깝다.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역시 삼성전자와 같다. 통계가 다소 시간이 지난 것이라 현실 인식에 대한 이견을 주장할 순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답하고 싶다. 2009년과 2016년 대·중소기업간 원하청 관계에 달라진 내용은 없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더 극심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담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제개혁연대가 밝힌 사례는 1차 수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2차, 3차 수급기업으로 내려가면 그 격차가 더 크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삼성과 현대·기아차를 포함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만을 보장하고 있다. 대기업이 수급기업의 부품단가, 재무제표 등을 들여다보고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경우 납품단가를 ‘조정’한다는 것은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기업은 핵심인력·공정에 대해서만 직고용·운용하고, 나머지 주변 인력·공정은 외주화를 통해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지금도 여전히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성 지표와 함께 임금 지불능력은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의 고임금은 현대차의 지불능력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은 그것을 알기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1, 2, 3차 수급기업에 돌아가야 할 적정이윤을 현대차가 보장했다면 지불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현대차노조가 지금과 같은 파업을 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대차노조 조합원의 고임금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줄 돈이 없으니. 중기중앙회가 해야 할 말은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의 고임금이 아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고임금을 주기 위해 현대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적정한 납품단가 보장’을 요구하며 머리띠를 매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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