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로 디지털콘텐츠 불공정거래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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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로 디지털콘텐츠 불공정거래 예방 거래 유형별로 작성해두면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기사입력2016-08-24 20:0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디지털콘텐츠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콘텐츠 공정거래 가이드라인과 사례로 본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 교육. ©중기이코노미

#원사업자 A사는 수급사업자인 B사로부터 콘텐츠를 납품받으면서 기술자료를 요청해 받았다. 이후 A는 B의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활용해 다른 콘텐츠를 제작했다.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의 내용에 의하면 이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이를 요청할 경우에도 서면에 기재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무단으로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다. 따라서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3배가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원사업자에게는 하도급대금의 2배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원사업자 C사는 수급사업자 D사로부터 납품받은 콘텐츠에 대해 20일 후 불합격통지를 한 후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의 내용에 의하면 이처럼 납품 후 검사결과 통지를 지연한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납품한 콘텐츠에 대해 10일 이내에 검수결과를 통보해야한다.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10일 이내에 검수결과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합격으로 간주한다. 계약시 합격판정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검수결과를 통지하지 않았을 때 납품일로부터 10일 후 합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날로부터 잔금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이를 지연할 경우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해야한다.

이처럼 디지털콘텐츠 산업분야에서 불공정거래나 법률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거래 유형별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두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와 디지털산업진흥원이 24일 개최한 ‘디지털콘텐츠 공정거래 가이드라인과 사례로 본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 교육에서 선문대학교 법학과 고형석 교수는 “디지털콘텐츠 기업들이 거래를 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콘텐츠 거래시 불공정 거래가 만연하다”며 표준계약서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 5종 주요내용 요약

<자료=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 규모는 2012년 23조9209억원이었으며 2017년에는 29조1575억원 규모로 성장한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다시 모바일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디지털콘텐츠산업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디지털콘텐츠 거래에서 불공정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14년 콘텐츠산업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에 따르면, 56.9%기업이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 디지털콘테츠의 불공정거래 유형은 ▲규정된 비용을 지급하는 대가로 저작권 포기를 강요 ▲재계약시 갑이 모든 저작권을 소유 ▲원작자의 저작권 권리 미인정 ▲을의 동의없이 갑의 저작권 등록 ▲동일 내용을 활용한 갑의 일방적인 타장르 콘텐츠 재생산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이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추가한 상품관련 콘텐츠 조항이 입점판매자의 디지털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조항은 판매자의 상품 콘텐츠를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범위에서 기한없이 전 세계에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쿠팡에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판매자가 제작한 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을 쿠팡이 복제,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 저작물 작성, 재사용 등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과 원저작자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근거도 마련했다. 사실상 쿠팡이 별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입점 판매자 저작권을 공유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기업간 관행으로 정착하지 않아 표준계약서 활용률은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업체와 원사업자간의 갑을관계가 소통 자체를 어렵게해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디지털콘텐츠의 공정한 거래와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한 디지털콘텐츠 거래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말한다.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제22조에 따른 디지털콘텐츠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도급 ▲하도급 ▲위탁판매 ▲중개 ▲퍼블리싱 등 5종으로 구성돼 있다. 본인이 속한 기업이 디지털콘텐츠 생산과 유통 구조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적당한 계약서를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서는 기존의 표준계약서가 장르 구분없이 범용으로 제작돼 실무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맞춤형 표준계약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게임, 만화, 영화, 음악, 방송, 애니메이션, 이러닝, VR 등 디지털콘텐츠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든 디지털컨텐츠상생협력지원센터(이하 DC센터) 홈페이지(www.dcwinwin.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에는 DC센터 전담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DC맞춤형 표준계약서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