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기업의 주문없이는 하루도 생존할 수 없는 수직·종속적 원하청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대한민국 산업생태계에서 모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원하청 관계로 이미 얽혀져 있어 특정 중소기업이 납품 판로를 확대하는 것도 어렵다. 저가 경쟁을 통한 제살 깎아먹기 방식을 벗어나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대기업과의 수직·종속적 원하청 관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국내 대기업 이외 해외 글로벌기업으로 판로를 다변화함으로써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의 수출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간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해외로 나갈 준비가 되었나.

<자료=통계청,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전체 제조업 생산액에서 중소기업 비중 48.3%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11년 106.0, 2012년 107.5, 2013년 108.2, 2014년 108.5로 높아지는 추세다. 같은 기간 제조 중소기업의 생산액도 2010년 651조원에서 2014년 748조원으로 늘었다. 전체 제조업 생산액에서 제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된다(48.3%).

그러나 중소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중소기업 조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2%다. 생산물 대부분을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대기업과 비슷한 규모를 생산하고도 수출비중은 대기업의 1/3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납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출비중이 너무 낮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작기 때문에 반대로 보면 수출비중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 경우 생산액도 증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을 확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기업과의 수직·종속적 원하청 관계다. 원청 대기업의 생산부서에 불과한 현재의 하도급 구조하에서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아무런 유인이 없다. 이는 국내 대·중소기업간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국가 정책적 과제다. 중소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란 측면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 수출업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어떤 산업 또는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출업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7만7819개에서 매년 증가해 2012년 8만5879개까지 늘었다. 중견기업도 같은 기간 1381개에서 2204개로 증가했다.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21.1%에서 17.3%까지 하락하던 중소기업 수출비중 또한 2014년 18%, 2015년 18.3%로 소폭 올랐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대기업의 1/3도 안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치는 아니다. 2008년 기준 전체 수출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비중(21%)은 유럽(31.2%) 보다 낮지만 미국(12.7%)과 일본(14.4%)보다 높다. 특히 제조업 중소기업 매출액에서 수출액 비중은 한국(26.4%)이 유럽(8.2%) 보다 3배 이상, 미국(7.1%)과 일본(7.4%)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다.

수출 중소기업 수의 증가와 수출비중 확대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홍성철 박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내수에 집중하던 중소기업의 관심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판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으며,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수출시장에 참여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기이코노미

그런데 중소기업 수출규모에 비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2011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대비 74.8%수준이다. 제품기획, 신기술개발, 제조능력, 개발기술, 사업화 등 조사항목 전부 70% 중반대다. 기술수준품목별 수출비중을 봐도 중저위기술품목만이 OECD 평균보다 높을 뿐 나머지는 평균에 못미친다. 아직까지 국내 중소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은 선진국에 비해서 낮다.

제조 중소기업, 첨단기술·고기술 비중 높다

중소기업 전반의 기술수준이 낮지만, 국내 제조 중소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첨단기술·고기술 비중이 높다. 기술수준별 비중을 보면 국내 첨단기술 중소기업 사업체 수 비중은 10%로 EU 4.8%, 미국 6.2%, 일본 5.7%보다 높다. 부가가치 비중도 EU 5.8%, 미국 9.3% 보다 높은 12.7%다. 한 단계 아래의 고기술 업종은 더 차이가 난다. 국내 고기술 중소기업 사업체 수와 부가가치 비중은 각각 30.9%와 36.0%다. 미국, 일본, EU의 사업체 수는 10%중반, 부가가치는 20% 중후반대다.

중소기업 수출의 주력은 중화학공업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0개의 수출품중 7~8개가 중화학제품이다. 1차산품은 2009년 5.7%를 기록한 이래 2012년까지 5%를 넘지 못했다. 경공업제품은 2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공업별 비중을 보면 중화학공업은 경공업보다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에서 2배가 넘고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2.6배다.

<자료=중소기업청>   ©중기이코노미

중화학분야 대한 육성 및 수출지원 필요

수출에서 중화학제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대기업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한 정부의 산업정책 때문이다. 중화학공업은 다양한 부품(중간재)이 모여 하나의 제품(최종재)을 생산하는 구조다. 중화학 중소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통해 제품 경쟁력 또한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의 모든 업종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중화학분야를 육성하고 수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성철 박사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직접 외국의 대기업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정확한 수출마케팅 타깃을 정하는 등 산업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출지원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수직·종속적 관계를 벗어나 글로벌기업들과 함께 수평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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