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브랜드 로우로우(RAWROW)에는 ‘전지현 가방’ ‘김태희 가방’ 같은 연예인 가방은 없다. 다만 ‘민우 가방’이 있다. 민우는 로우로우 가방을 사준 첫 번째 고객의 이름이다. 인지도도 정식매장도, 연출사진도 없던 창업준비 당시에 오직 ‘제품’만 보고 딱 찾던 모양이라며 플리마켓 가판에서 턱 하니 사준 첫 고객이다.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에게 두고두고 고마운 존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민우는 군 입대와 전역 후에도 늘 로우로우를 응원했다. 고객과의 우정은 첫 협업으로 이어졌다. 민우로 대변되는 이 시대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위한 ‘민우가방(R TOTE 912 MINU WAX CANVAS)’이 그 결과물이다.

지은 지 60년 넘은 주택을 개조해 2012년 문을 연 로우로우의 본사겸 1호점(위)과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2호점(아래)   ©중기이코노미

어린시절부터 창업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패션대기업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했다. 이 대표는 2012년 회사를 나와 창업자금 2000만원으로 ‘날 것 그대로의 가방’ 로우로우를 기획한다.

“파리나 밀라노 등 패션 선도도시에서 그 해에 빈티지를 내세우면 그대로 따라가고, 네온컬러를 선보이면 제품에 하나같이 네온색상을 입히고…. 정체성 없이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패션계의 현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뭘까’ 하는 이 대표의 고민은 규모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영위기로 브랜드가 없어질 위기에서도 고객이 지켜주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확신이다. 그는 고집에 가까운 품질유지와 철저한 환경철학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글로벌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지목했다. 또 기분좋은 생활을 컨셉으로 하는 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푼’이 두터운 팬층을 이끌고 있는 사랑받는 브랜드라고 했다.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는 “가방이 할일은 보호하는 것, 드는 것, 담는 것 3가지”라고 말한다.<사진=로우로우>

이 대표는 “가방이 할일은 보호하는 것, 드는 것, 담는 것 3가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로우로우는 가방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본질만을 추구했다.

“사무직 직장인, 미용사, 요리사, 배달원 등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각기 다른 가방 고유의 역할이 있습니다. 과잉친절을 받아가며 구입하는 수백만원대의 백화점 명품브랜드가 과연 구매자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가방은 그냥 가방일 뿐입니다”

그의 협업은 남다르다. 연예인·유명작가·유명브랜드와의 협업은 없다. 서울 면목동과 화곡동에 있는 로우로우의 생산공장, 그 곳 사람들과 협업한다.

“그곳에는 25년~3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장인’들이 있습니다. 31년간 120개 브랜드와 함께 한 김용덕 제작사, 25년간 재단한 가방 수가 1000만개라는 김학수 패턴 재단사, 27년 동안 4만여개의 브랜드 샘플을 제작해왔다는 김원학 샘플제작자, 이분들이 로우로우와 협업하는 주인공입니다”

로우로우의 ‘R RAG’<사진=로우로우>

음식배달앱 ‘배달의민족’과의 협업에서는 배달원들을 위한 가방이 탄생했다. 현금을 금액별로 정리하고 동전수납도 가능하며 카드단말기와 볼펜수납공간, 방수기능도 갖춘 배달원만을 위한 가방이 그것이다.

‘고민 없이 신을 수 있는’ 신발다운 신발도

로우로우가 만드는 신발 ‘알슈(R SHOE)’도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잘 어울리고, 막 신을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았다. 작업실에서 오래 서 있든, 몇 정거장쯤 걸어가든, 길에서 간단한 탭댄스를 추든, 약수터 물 뜨러 갈 때도 고민 없이 신을 수 있는 신발다운 신발에 충실했다. 이발사, 상점의 판매사원, 연구원, 뮤지션, 바리스타, 영업사원 등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시간이 많은 이들을 위한 신발이다.

이 대표는 2012년 지은 지 60년 넘은 낡은 주택에서 작업실을 겸해 제1호점을 오픈했다. 홍익대학교 인근 후미진 곳이지만 지금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2호점은 광장시장에 열었다. 한국에서 봉제, 섬유가 시작된 곳. 우리나라 시장의 원형인 광장시장에서 그는 장사의 본질을 배우고 싶었다. 이밖에도 백화점 4곳과 50여곳의 편집숍, 10개의 온라인 매장에서 로우로우 제품을 판매한다. 중국, 독일, 미국, 스위스, 일본 등 12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6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로우로우 본사 내부 작업실을 겸한 사무실(왼쪽)과 매장 내부.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참 좋은 우리제품을 더 많은 나라에 알리고 싶습니다. 대기업에서는 단순히 하청이라고 말하는 제조업 분야 장인들과의 협업을 프로젝트 형태로 알리는 것도 우리제품을 만드는 그 분들의 역할이 로우로우라는 브랜드에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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