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군납입찰에 참여해 개찰결과 2순위 업체로 선정된 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이하 어묵조합)의 입찰자격 자체를 뒤늦게 취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묵조합은 방사청의 입찰자격 취소처분에 대해 방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방사청은 1년 계약으로 생선묵 튀김과 떡볶이용 어묵의 군납 납품업체를 모집했고, 어묵조합은 지난 4월28일 10개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다. 입찰공고 제5항 ‘입찰 참가자격’에 따르면, 공동수급체의 경우 2~5개 업체로 제한된다. 또 전자입찰시스템상에도 5개 업체까지만 등록·신청이 가능했다. 5개 업체까지만 등록하도록 제한했음에도 어묵조합의 전자입찰 신청이 가능했던 것은 방사청이 10개 업체까지 등록·신청할 수 있도록 전자입찰시스템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군납입찰에 참여해 개찰결과 2순위 업체로 선정된 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이하 어묵조합)의 입찰자격 자체를 뒤늦게 취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어묵을 만드는 과정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전자입찰서에 업체수 늘려준 것 자체가 신청 받은 것”

전자입찰 신청 다음날인 4월29일 개찰결과, 어묵조합은 2순위로 선정됐다. 그러나 1순위자가 심사기준에 미달함에 따라 어묵조합은 최종낙찰자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방사청은 입찰공고의 참가자격을 이유로 어묵조합의 입찰자격을 취소한 것이다.

이에대해 익명을 원한 어묵조합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전자입찰서에 등록 가능한 업체수를 늘려준 것 자체가 방사청이 신청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찰결과 2순위에 선정됐는데, 이 역시 방사청이 어묵조합에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방사청이 안된다고 판단해 시스템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어묵조합은 애초에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급히 요구해 일단 입찰 신청을 하게 조치한 것”

전산시스템을 열어줬다는 주장에 대해, 방사청 급식유류계약팀 김요나 사무관은 29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마감일 전날 (어묵조합이) 직접 찾아와 다급히 요구해 일단 입찰신청을 하게 조치한 것”이라며 “그 전까지 10개 업체는 안되니 5개 업체로 다시 구성해 입찰하라고 계속해서 전했다”고 말했다. 어묵조합이 부탁하니 일단 허용한 후, 추후 입찰자격을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5개가 넘는 업체로 입찰신청을 한 전례가 없고, 어묵조합도 이전까지 5개 업체로 신청한 만큼 안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공정위가 어묵업체 담합에 대해 조사를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어묵조합측이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10개 업체로 입찰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5개이상 업체로 입찰신청을 받은 전례가 없음에도 전산시스템을 일단 열어준 것 자체가 적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방사청이 행정처분의 효력요건인 문서를 통하지 않고 구두상으로 보완을 요청하며 전산시스템을 열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추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문서없이 전산시스템을 열어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요나 사무관은 즉답을 피하고 “(방사청) 내부에서는 모두 문서로 보고하고 처리했다”고 답했다.

또 입찰자격 여부는 투찰결과 순위 발표 이전에 검토·심의해 자격이 안될 경우 투찰결과 순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방사청이 투찰결과 어묵조합을 2순위로 선정한 이후 뒤늦게 입찰자격을 문제삼는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깨는 부당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정위가 어묵업체에 대해 담합여부를 조사중이라는 방사청의 주장에 대해 어묵조합은 “공정위 조사는 모든 군납업체에 대한 조사”라며 “어묵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담합 얘기도 다른 품목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은 방사청의 입찰자격 취소처분에 대해 방사청을 상대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자격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지난 7월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동일한 내용으로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진열된 어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10개 업체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유 및 배경과 관련한 방사청과 조합측의 상반된 주장 이외에 또 다른 논란은 입찰공고문에 대한 해석 부분이다.

입찰공고문 제5항 ‘입찰 참가자격’과는 별개로 제12항 ‘기타 입찰에 필요한 사항’에 따르면, 5개이상 업체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의 경우 각 구성원 분담비율이 모두 최소 15%이상인 경우에 계약이행능력 심사시 가점을 받는다. 제12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5개이상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경우에도 계약이행능력 심사의 대상이 된다. 

이에대해 어묵조합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다른 품목과는 달리 어묵에만 계약이행능력 심사시 가점 조항이 있다”며 “5개이상 업체 컨소시엄 입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10개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한 것은 방사청의 입찰공고문 제12항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어묵조합 관계자는 “가산점을 준다는 사항도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에 명시돼 있는 문구를 사용한 것인 만큼 조합의 입찰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며 “어묵은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을 따르는 것이 맞고, 5개이상 업체 컨소시엄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 추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공동수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5인이상의 중소기업자로 구성된 공동수급업체에 대해 우대할 수 있다.

“제5항과 제12항은 법적인 적용대상이 다르다”

5개이상 업체 컨소시엄의 경우에도 입찰자격이 있다는 어묵조합의 주장에 대해 방사청은 가산점을 준다는 사항은 심사기준에 불과하며 입찰자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김요나 사무관은 “가산점은 심사기준이며, 입찰자격은 입찰공고문에 명시된 대로 기획재정부 예규를 적용한다. 두 개 조항(제5항과 제12항)은 법적인 적용대상이 다르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한편 어묵조합은 방사청의 입찰자격 취소처분에 대해 방사청을 상대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자격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지난 7월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동일한 내용으로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결정문(기각사유)에 따르면, 입찰공고문 제12항은 입찰자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계약이행능력 심사를 위한 세부기준으로 가점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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