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양관광지구를 도입한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어 해안지역의 관광과 투자를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나, 환경단체에서는 난개발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 일부를 개정해 해양관광진흥지구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특별법 개정안을 냈지만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토부는 당시 지적된 내용을 보완해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게 해양관광지구를 정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 골자다. 이 지구에서는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른 개발부담금을 면제해 준다. 또 현행법에 따르면 국립·도립·군립·지질공원 등 공원구역에는 펜션과 민박을 지을 수 없지만 해양관광진흥지구일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건축 규제도 완화한다. 공원구역 건폐율은 20%이지만 이 지구에선 60%로 완화하고, 건물 높이도 9m 이하인 것을 12m 이하로 느슨하게 한다.
다른 자연보호구역도 해양관광진흥지구에 포함될 경우 규제를 푼다. 수산자원보호구역과 보전산지의 경우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설치할 수 있으나 이 지구에 포함될 경우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한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규제를 풀면 민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기대다. 국토부 동서남기획단 안지애 사무관은 3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자체와의 현장 실태조사에서 사업자들이 해안지역에 투자하고 싶어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접수했다.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은 투자 의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발의안을 검토한 국회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손충덕 수석전문위원은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투자실적이 늘어난다 해도 그로 인해 획득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개발로 인한 환경적 피해보다 충분히 큰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해양관광지구에 포함되는 공원구역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국토교통위원회 김수홍 수석전문위원은 “해양관광지구에 공원구역이 포함될 수 있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환경 훼손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할 개정안에서는 대통령령 위임 조항은 줄이고 법률에 명확하게 기재할 생각이다. 환경 파괴 우려에도 신경을 쓴다는 입장이다. 안지애 사무관은 “정부도 환경 친화적으로 해양관광지구를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립공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올해 안에는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에선 난개발을 우려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립공원 지정 및 보전의 목적과 상관없는 난개발 사업이 전문적인 검토 없이 행정적 편의에 따라 추진될 수 있다”며 “공익을 위해 개발을 억제해 온 보호구역에 민간 개발을 허용해 개발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것은 토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목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국장은 31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한 대기업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민원을 넣으면 특혜를 주기 곤란하니 법을 바꿔 전 국토를 풀고 있다. 대한항공의 풍문여고 앞 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이번에 나올 수정안도 큰 방향에서는 원안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국립공원심의위원회를 거친다 해도 절반 이상이 정부 인사라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설악산 케이블카도 심의위를 통과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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