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고용에만 130조…저출산 해법 찾는다”(연합뉴스), “복지에 가장 많은 130조원 투입, 문화예산은 사상 첫 7조원 돌파”(아시아경제)….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전년 대비 3.7% 증액한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위는 예산안 발표 직후 나온 통신사, 신문 등의 관련기사 제목이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의미와 용처 등에 대한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점쟁이 짓을 한번 해보자면, 내일자 신문 특히 경제지를 포함해 대다수 보수언론은 복지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고 쓸 것이다. 한발 더 나가면 박근혜 정부가 국민·사회통합을 위해 복지부문을 강화하는 정책을 ‘계속’해 나간다는 등의 내용을 사설·칼럼에 담을 것이다.

자료=OECD<그래픽=박소라 기자>   ©중기이코노미

내년도 보건·복지와 관련된 예산은 130조원으로 올해 대비 5.3% 증가했다. 전체 예산 대비 32.4%에 해당되는 규모다. 예산안 편성 규모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지출 규모가 큰 분야는 보건·복지 부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복지’가 충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의 선진복지국가들은 국가예산의 50~70%를 복지 관련 지출에 사용한다. 반면 한국은 이번 예산안에서도 확인했듯이 32.4%다. 복지 관련 예산이 부족하니 당연히 국가의 공공사회지출 규모도 작다. 30일 OECD society at a Glance에 따르면, 2012~2013년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공공사회지출 규모는 한국이 9.3%로 끝에서 두 번째다. 한국 밑으로는 7.4%를 기록한 멕시코만 있다. 꼴찌 언저리에 있는 나라는 칠레(10.2%), 터키(12.8%) 등이 있다. 한국의 공공사회지출 규모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복지빈국, 미국(19.8%)의 절반도 안된다. 이웃나라 일본(2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중국(9%)과는 비슷하다.

공공사회지출은 사회적 위험(노령, 질병, 실업, 재해 등)에 직면한 개인에게 국가가 공적제도로 사회적 급여(현금,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나 미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최하위권은 벗어나는 것이 국격이다. 돈이 없다면 더 걷어서 공공사회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여전히 증세없는 복지라는 뜬 구름 잡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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