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측정기 제조업체 ‘㈜인포피아’의 전현직 경영진과 변호사 등 18명이 기업의 운영과 양도과정에서 약 400억원의 횡령·배임을 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기소되거나 약식기소됐다. 배병우 전회장이 1996년 설립한 인포피아는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2010년에는 ‘히든챔피언’, 2011년 ‘월드클래스300’ 등 수출입은행과 중소기업의 육성사업에 선정돼 약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에 따르면, 배 전회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자금력이 없는 미국업체에 의료기기를 수출한 것처럼 해 회사에 14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실적을 부풀려 주가를 높이고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행위였다. 또 아내 명의의 회사를 의료기기 포장 외주업체로 선정하고 포장단가를 3배 부풀려 회사에 24억원의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허위공시, 허위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정황도 밝혀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 전회장은 지난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짜고 자사주 25만주를 처분해 40억원을 횡령했다. 결국 인포피아는 지난 5월 부실경영으로 상장 폐지됐다. 경영자의 과욕과 부도덕이 부른 몰락이었다.

자금 등 정부지원을 받는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된 기업이 물의를 일으킨 곳은 인포피아만은 아니다. 2013년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됐던 ㈜골프존은 지난해 선정효력정지 처분을 받은데 이어 올해 또 다시 효력정지 1년 연장처분을 받았다. 취재결과, 월드클래스300 정책심의회에서 효력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유는 지난해의 경우 골프존이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아 검찰고발된 것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사유와 함께 골프존이 사업자와의 갈등 등을 풀지못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효력정지 연장의 주 이유였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그 기업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진다. 특히 월드클래스300 등 우량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지원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원받은 기업의 기업가 윤리의식은 더욱 중요하다. 정부지원은 해당기업과 경영자를 살찌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해당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과 투자자, 거래기업 등 상생하려는 여러 관계자와 함께 하지 않거나 기업이 바르게 지속성장하지 못한다면 지원금을 줄 이유가 없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아직은 작지만 좋은 기업들이 참 많다. 바라건대, 그들이 멀리 가려면 바르게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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