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후 25년간 통상은 미개척 ‘신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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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수교후 25년간 통상은 미개척 ‘신흥시장’ 1990년 이후 수출품목 변화없고, 투자누적액도 22.2억달러 불과

기사입력2016-09-02 00:00

박종호 객원 기자 (lucos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

한국의 중견∙중소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우리가 어떤 제품을 잘 팔고 있고 ▲외국산 다른 제품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 새로운 핵심 경쟁력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기업들이 어떤 현지진출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먼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현지의 산업통상정책 발전에 따른 시장동향과 소비자 선호도 등 거시적인 경제환경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미래 중장기 진출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직접 수출하거나 ▲직접투자(Direct Investment)해 현지에 생산·제조공장을 건설하고 100% 현지 생산·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혹은 본국에서 주요 부품을 가지고 와 현지 공장에서 완성품을 조립한 후 판매하는 방식 그리고 ▲현지에 판매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해 현지 판매거점을 확보하고 영업지원·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기업 대부분도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이러한 세가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쉬운 것은 대러 수출품목이 극히 국한돼 있고, 현지투자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몇몇 기업의 성공사례 이외 우리 중견∙중소기업의 시장진출이 매우 부진하다는 데 있다.

우선 대러 수출현황을 살펴보자.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서방과의 지정학적 대립, 경제제재 등으로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러 수출액이 최근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두루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러 주요 수출품목과 비중 변화 추이

단위:백만달러, %<자료=한국관세무역연구원, 2015년>

그러나 한국관세무역연구원이 2015년 내놓은 ‘대러 주요 수출품목과 비중 변화 추이’를 보면, 1990년 국교 수립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대러 수출액, 수출품목과 그 비중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문제다. 즉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상위 10개 수출품목의 순위변동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 새로운 수출주력 제품군을 발굴하지 못했다.

다음은 한국기업의 현지투자 진출사례를 알아보자.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의 대러시아 투자 누적액은 22.2억달러 정도며, 주요 투자분야는 제조업 농업 광업 운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러 투자 추이를 보면, 2006~2010년에 전체 러시아 총 투자액의 67%에 해당하는 14.9억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이후 2011~2015년 12월까지 약 4.7억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러시아 경제침체로 최근 부동산과 제조부문에서 일부 재투자가 진행된 것 외에는 장기적인 투자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의 대러 투자 분야별 비중

2010~2015년 기준<자료=한국수출입은행, 코트라>

한국기업이 러시아에 투자하는 이유는 현지 내수시장을 공략(73%)하기 위함이다. 그 다음 진출목적은 자원 활용 인프라(11%), 저임금 근로조건(5%), 자재·부품 조달 용이(5%), 유통라인 구축(3%), 제3국 재수출 등 기타(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의 대러시아 투자는 대부분 모스크바, 상트 뻬쩨르부르그, 칼루가 등 대도시나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또 현지 합작회사 보다는 한국기업 100% 단독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코트라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300여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주요 진출분야는 자동차, 부품, 식품, 영농, 서비스업이다.

한국기업의 러시아 진출 주요 현황

<자료=한러비즈니스협의회(KRBC)>

한국의 대러 투자는 소극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2.2억달러의 대러시아 총 투자액은 한국 해외투자 총액의 약 0.7%에 불과하다. 한·러 수교 이후 전통적인 수출 주력상품(자동차, 전자, 식품)에 국한해서 현지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러시아의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거나 한국기업의 투자전략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지투자가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한국기업의 대러 상품교역 내용과 현지진출 현황을 살펴볼 때, 러시아는 미개척 ‘신흥시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구매력이 큰 소비시장의 규모에 비해 우리가 팔고 있는 상품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현지투자도 매우 적다.(참고로 러시아 수입액은 2014년 2867억달러, 2015년 1797억달러임)

글로벌 기술·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히든챔피언 기업의 혁신제품 가운데 과연 몇 개의 제품을 러시아 시장에 소개해 판매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러시아에서 잘 팔리는 외국산 수입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전통적인 러시아 최대 교역국인 독일과 중국이 어떤 통상전략으로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