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디자인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자인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디자인산업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경영컨설팅기업 엔에프카운실㈜ 안진호 대표는 “한국 디자인 산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위주로 집행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디자인은 정부나 대기업이 아닌 전문 디자인회사에서 나온다. 우리도 디자인 강소기업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작은 디자인회사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0년 핀란드 디자이너 세바스찬 얀손은 인체의 혈액순환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체적으로 물을 데우는 샤워기 ‘피에조 샤워’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2년 영국 전자제품기업 다이슨(Dyson)은 기압골이 형성되는 베르누이 원리를 이용해 디자인한 날개없는 선풍기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한국 디자인 지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산업디자인 통계에 따르면 2006년 6조9000억원이었던 국내 디자인 산업규모는 2014년 14조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월드디자인랭킹(WDR)이 정하는 세계디자인 순위에서는 2015년 기준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독일의 레드닷(reddot)과 iF(International Forum), 미국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에서도 매년 한국 디자이너들이 입상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은 2만5000명에 달하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가진 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업디자인 통계에 따르면 연봉, 계약형태 등의 질적 수준을 고려하면 디자인 전공자의 취업률은 50%에 못 미친다. 직업교육기관에서 배출하는 인력까지 고려하면 디자이너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력이 넘치니 디자인회사는 많고 규모는 영세한 실정이다.

디자인을 보는 정부와 일반의 시각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산업부는 디자인 혁신전략을 내놓으면서 “장기간 고전하고 있는 수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디자인산업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을 보는 것이다. 디자인도 별개의 산업분야로 인식하고, 디자인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주장이다.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해외 진출 시 디자인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글로벌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정해 디자인 개발과 상품기획, 생산, 유통 등 전 비즈니스 영역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스타 디자이너가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고,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분야별 디자인 강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