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생물유전자원 주요 수입국인 중국에서 6일부터 나고야의정서(ABS)가 발효된다. 이에따라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와관련된 법률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관련업계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기업 79%, 해외생물자원 중국에 의존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공유하도록 하는 국제규범이다. 생물유전자원 및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하려는 자는 자원제공국으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얻어야 하고, 유전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제공국가 당사자와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한 서면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2010년 채택돼 올 8월2일 기준 EU, 인도, 베트남 등 78개국이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했다.

중국은 지난 6월8일 나고야의정서에 가입, 6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국내 관련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기업의 78.8%가 중국의 자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생산비와 물류비가 저렴한 탓에 중국의 생물자원을 주로 이용해온 의약·화장품 등 바이오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중국은 2010년 나고야의정서 채택이후 ‘생물유전자원의 경제가치 평가 기술 가이드라인’ ‘지역 생물다양성 평가기준’ ‘생물유전자원 등급 구분 기준’을 공포했으며, 관련 법을 만들고 비준하는 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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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대학교 류기현 교수가 발표한 ‘나고야의정서(ABS)채택에 따른 산업계 파급효과 및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및 나고야의정서 채택과 관련된 생물자원의 시장규모(2014년)를 9조3435억원으로 추정한다. 또 나고야의정서로 자원제공국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가 평균 1~5%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체 바이오산업이 안게 될 로열티 부담은 연간 3892~50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무더기로 해외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과 한국바이오협회가 함께 의약·화장품 등 136개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나고야의정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8%(12개)만이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나고야의정서가 논문, 특허, 기술이전 등 비경제적인 이익도 이익에 포함함에 따라 유전자원을 많이 이용하는 생명공학연구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의정서에 따르면 자원제공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연구자는 연구시작 전에 자원의 이용목적과 접근 방법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자원의 제공국 연락기관을 통해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절차를 안내받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책임기관에 사전통보동의(PIC) 신청을 하고, 이를 발급받은 후 실제 유전자원을 보유한 이해당사자와의 논의를 통해 이익공유를 합의해 자원을 제공받아야 한다.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연구과정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국가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대응책 미비…“중소기업 도울 전문기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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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협약(CBD) 회원국으로 지난 2011년 나고야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또 올 6월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환경노동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관련 법률을 통해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위한 지원시책의 수립 ▲국내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 신고 ▲유전자원 등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공유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과 이용하는 자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나고야의정서가 당장 6일부터 발효되는데 관련 산업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 나고야의정서 관련 업무는 부처별 헬프데스크를 통해 각각 이뤄지고 있어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생물자원을 수입할 때 인보이스 금액만 지불하면 됐다. 하지만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비준되면 사용하려는 생물자원에 대해 허가를 미리 받아야 하고, 이익공유에 관한 계약서를 써야 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절차가 생긴다”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어느정도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지부터 경험이 전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을 도울 전문기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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