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외국환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카드사·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용카드사, 리스·할부사 등이 회원사인 여신금융협회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 8월 자신들의 회원사에도 외화이체업무를 허용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만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고, 특히 국가간 지급·수령 등의 ‘외화이체업’은 은행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입법예고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아니어도 일정요건을 갖춰 등록할 경우 외화이체업 등 일부 외국환업무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기재부는 핀테크 업체 등 비금융회사에 외국환업무의 일부를 허용해 핀테크 산업을 키우고 고객의 거래 편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 유예림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여신금융협회에서 외화이체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건의가 있었지만, 여신금융사에 대한 외화이체업 허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신전문업체와 증권사가 외화이체업 허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추세, 증권사간 경쟁 심화 등으로 비은행 금융회사의 경영환경이 나빠진 것도 이유중 하나다. 이들 업체들은 외화이체업무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수수료 등 부가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나 증권회사 같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이미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외국환거래업무를 당장 시작할 수 있다”며 “여신전문금융법상으로는 외국환거래업무가 가능하지만, 외국환거래법이 외화이체업무를 규제하고 있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여신금융협회 등의 외화이체업 허용 주장에 대해 은행권은 불편한 기색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외화이체업은 기본적으로 은행 고유의 업무”라며 “증권사나 카드사가 외화이체업을 하겠다는 것은 은행 고유의 업무를 침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소액에 한해 외화이체를 핀테크 업체 등 비금융회사에 허용하는 것은 핀테크 산업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은행도 관련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유예림 사무관은 “개정안 통과 후 하위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등록요건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외화송금이 가능한 기술기반 핀테크 기업이 등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 사무관은 “여신전문금융업체 등이 외환송금업무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해당기관의 설립근거법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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