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단지 수를 나타내는 도구, 계산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숫자는 생활영역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펼쳐야 할 순간에 진가를 발휘하는 유일무이한 언어다. 그런 점에서 신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을 뒷받침하는 통계 등의 숫자가 있는 경우 그 기사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느껴진다. 예컨대 ‘수출이 늘었다’라는 표현보다 ‘작년 대비 수출이 3.4%p 늘었다’라는 표현에 좀 더 신뢰가 간다. 그래서 기자들은 숫자를 좋아하고 또 숫자에 밝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담당직원은 통계와 수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텍스트만 있는 보도 자료보다 기사화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실제 상황과 달리 수치를 뻥튀기하거나 없는 통계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지자체는 해당지역에 몇천억대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명기된 금액이 실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져 급하게 해명을 한 전례도 있다. 또 얼마 전 기자가 참석한 행사장에는 사람이 없어 빈자리가 곳곳에 있었음에도 보도자료에는 ‘유관기업 관계자 몇백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10위보다는 1위가, 100명보다는 1000명이 효과적이지만 어쩐지 낯부끄럽고 머쓱하다. 

참석자 수야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러나 과장된 보도자료를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기업이나 정부의 관련 부서 담당자가 제공하는 모든 보도자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지 않는 이유다. ‘정보독점권’을 갖고 있는 기업과 정부의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좀 더 정직한 보도자료를 작성해 주기를 바란다.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길 바라면 좋은 행사를 기획하면 된다. 물건이 많이 팔린 것을 말하고 싶으면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면 된다. 성과를 알리고 싶으면 그 만큼의 성과를 내면 된다. 정보접근 제한으로 인해 과대·허위자료임을 확인하지 못한 기자도 당연히 책임이 있지만, 정부나 기업이 거짓 정보를 흘려 치러야 할 그 대가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