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사재출연’에 대한 두 가지 기사가 9일 나왔다.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을 13일까지 사재출연, 한진해운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다. 또 다른 기사는 같은 날 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구조조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재출연 의사를 묻는 질문에 ‘울먹였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한진해운 채권단은 자율협약 유지 조건으로 한진해운에 7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구안을 요구했지만, 한진해운은 5000억원이 한계라며 버텼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거부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일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물류대란이 일어나자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조 회장의 사재출연이 언급되긴 했지만 정확한 액수는 없었다. 조 회장이 계열사와 더불어 최대 1000억원을 출연할 것이란 가능성만 제시했다.

최 전 회장은 좀 더 모양새가 빠진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사재출연 의사를 물었지만 최 전 회장은 울먹이면서 “책임을 느낀다”, “고심하겠다”,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사재출연을 약속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최 전 회장이 재임했던 2007년부터 2014년 사이 한진해운 부채비율은 405%에서 1460%까지 상승했다. 한진해운 부실경영에 가장 큰 책임자 중 한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정보를 미리 알았는지, 가지고 있던 주식 27억원을 팔아 10억원대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한진해운은 같은 해운업체로서 똑 같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현대상선과 다른 길을 갔다. 현대상선 구조조정 직후 현정은 회장은 200억원, 김문희 이사장은 100억원을 각각 사재출연했다. 또 현대그룹에서 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현대저축은행·현대자산운용 등 계열사 4개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현 회장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책임을 지겠다는 최소한의 양심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과 최 전 회장을 보면 좋을 때는 내 회사지만 나쁠 때는 남의 회사인 듯하다. 좋을 때 가져간 만큼 나쁠 때도 그만큼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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