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뒤로 미뤘던 직장인들. 지금 떠나면 조용한 정취와 넉넉한 손님대접이 기다리고 있다. 붐비는 인파도 없고 마음까지 여유로워진다. 아끼고 아꼈던 여름휴가를 어떻게 멋지게 마무리할까. 신비의 섬, 울릉도로 떠나보자. 북적대던 휴가철을 피해 여유롭게 갈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울릉도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적기다.

저동 해안 절벽 산책로<사진=상상출판>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로 시작하는 이 노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울릉도를 이야기할 때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울릉도를 가 보기 전까지 이 노래의 첫 소절은 고생스러운 뱃길여행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표현은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말하는 것 같다.

포항에서 배에 올라 잠시 눈을 감았다 10여분 후 눈을 뜨니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 움직이는 걸 느끼지도 못할 만큼 배는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선실에서 비디오 한 편 보면 울릉도에 도착한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시장통처럼 북적이는 도동항이 기다린다.

울릉도 해안 일주도로<사진=상상출판>

볼거리 가득한 이 섬에서 어디부터 가야할지 망설여진다. 배에서 내린 뭍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우왕좌왕한다. 낯선 울릉도와 가장 쉽게 친해지는 길은 일주도로를 도는 버스에 올라타는 것이다. 도로 사정 열악하기로 소문난 울릉도에서 이 도로는 섬 구석구석을 편하게 돌아보게 해 준다.

미녀봉 사자암 만물상 코끼리바위 등 울릉도의 명물들이 반갑게 손짓한다. 지나는 길에는 향나무 후박나무 등 650여종의 식물들이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 잠깐잠깐 내려서는 바닷가에서는 에메랄드빛을 띤 바다가 방문객을 유혹한다. 저 멀리까지 자갈과 바위가 훤히 보이는 것이 마치 계곡물을 보는 것 같다. 통구미해수욕장 옆에 솟아오른 절벽은 위쪽까지 철계단이 나 있다. 성큼성큼 올라가니 탁 트인 넉넉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사면이 바다라지만 울릉도는 뛰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기암괴석들이 즐거운 눈요기를 선사해 준다.

천부항에서 바라본 송곳봉우리<사진=상상출판>

환상적인 육상관광의 절정은 나리분지이다. 동서 1.5㎞, 남북 2㎞ 울릉도 유일한 평지인 이곳에는 오염되지 않은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두 팔 벌려 청정의 공기를 마시면 가슴 속까지 자연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새벽 해돋을 즈음 나리분지를 찾으면 참나리 섬바디꽃이 이슬을 머금은 채 맞아준다.

육로관광을 통해 맘에 드는 곳을 찍어놓았다면 다음날부터 천천히 그 곳을 음미하자. 육로관광에 포함되지 않았던 봉래폭포, 태하등대는 못보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세갈래 물줄기가 원시림을 뚫고 쏟아지는 봉래폭포는 도동에서 20여분이면 도착한다.

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약수공원 전망대에 올라본다. 제철을 맞은 오징어잡이배들이 바다 위에서 별빛잔치를 펼쳐준다. 떠나야 할 날은 다가오는데 볼거리는 많아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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