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해변과 촛대바위<사진=상상출판>

원시림에 취하고 쪽빛 바다에 마음이 출렁인다. 그곳은 태고의 자연과 섬이 주는 서정이 결합돼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그 섬에 들어가면 누구나 사랑을 꿈꾸고 싶어진다. 그 섬에 들어가면, 영영 갇히고 싶다.

섬이 갖는 마력(魔力)이 있다. 일상과의 물리적 단절과 소외는 섬 여행이 주는 서정을 만나 진한 로맨스로 전이되기도 한다. 검푸른 바다 위에 홀연히 떠 있는 울릉도는 그런 주술을 부리는 섬이다.

그래서 일까? 서울서 온 한 아낙은 식당 벽지 한구석에 시 한 수를 남기고 갔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서울 계신 서방님은 날 오라 하는데, 나는 네가 좋으니, 파도야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평범한 주부 또한 가객이 되는 섬. 산이면 산, 물이면 물, 바다면 바다, 어느 것 하나 육지 것보다 못할 게 없다. 그 빼어난 풍광과 자연이 살림 잘 하던 얌전한 아낙도 잠시 한눈 팔게 만드는 것이다.

성인봉 가는 길<사진=상상출판>

울릉도 삼선암<사진=상상출판>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 ‘울릉도’에서 이 섬을 ‘국토의 막내’라고 표현했다. 동쪽 끝 심해에 떠 있는 울릉도는 여행자의 눈에는 분명 애처롭게 보이는 ‘막내’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몇 해 전 뭍에서 들어와, 이제는 섬 사람이 돼버린 울릉도의 한 수녀는 이렇게 섬을 소개한다.

“마름모꼴의 울릉도 해안선은 꼭 어머니의 자궁 모양을 하고 있지요. 울릉도 땅에서 내다보는 바다 또한 그렇답니다. 섬 어디에서 조망하든 암벽에 가려진 바다는 작은 여울로 시작해 멀리 대양으로 뻗어나가지요. 태아가 자궁 속에서 통해 세상을 바라보듯이 말이예요”

대하마을 황토굴<사진=상상출판>

울릉도는 분명 바다 가운데에 떠 있는 외로운 섬이지만, 속내는 ‘자연의 어머니, 국토의 지어미’인 것이다. 바다가 지어미라면 우람한 성인봉 봉우리는 남성의 상징이다. 해안에서 고개를 들어올리면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서쪽으로는 향목령, 초봉, 미륵산 꼭대기를 타고 성인봉으로 오르고, 동쪽으로는 내수전, 나리봉, 말잔등을 타고 정상으로 이어진다. 오름의 내리막은 분지를 잉태시킨다. 우렁차게 불을 뿜으며 차올랐을 화산의 꽁지머리들은 각기 내륙을 향해 치맛자락을 늘어뜨렸다. 성인봉, 알봉, 나라봉은 그렇게 나리분지를 보듬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지만, 쉽게 갈 수 없었던 외딴 섬. 그러나 울릉도는 가까이에 와 있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섬이 제격이다.

울릉도를 떠나는 배에 올랐다. 옆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예전에는 며칠씩 배가 막히더니 오늘은 잘도 떠나네” 울릉도를 떠나기 싫은 객들이 혹시라도 날씨가 발길을 잡아주길 바랐던 모양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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