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전경련 회관에서는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한진發 물류대란에 대한 해결책을 기대하며 취재를 갔지만, 좌담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대한항공을 두둔하는 참석자들의 발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경영대학·법학대학·무역물류학과 교수들은 “대주주에 대한 사재 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 요구”라며 정부와 언론 등을 비판했다. 이날 연세대 연강흠 교수(경영대학)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대주주가 된 것은 조선업과 해운업 전체가 이미 부실화된 이후인 2014년이기 때문에 대한항공 2년간의 경영이 부실화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식이 과거에도 현재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을 승인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그럼에도 운송비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미국 내 철도, 트럭회사들이 수송을 거부하는 등 2, 3차 물류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입 피해액이 133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기업과 국가의 신뢰도까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해법은 무엇보다 절실했다.

하지만 좌담회 내용을 들으며 허탈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재확인하려고 좌담회를 찾은 것이 아니다. 물류대란으로 발이 묶인 중소 수출물류기업들은 ‘책임져야 할 이유’ 없이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임소재는 나중에 가려도 늦지 않다. 전문가들로부터 바라는 것은 대기업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책 논의다. 지금 ‘무엇이 중헌지’ 다시금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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