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대기업도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발주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나,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금까지는 유찰사업, 예외사업 등 특수한 경우에만 대기업의 공공소프트웨어 사업 입찰을 허용했다. 예외사업이란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국가안보와 관련돼 있어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인정한 경우다. 사업금액에 따른 대기업 제한도 있다. 매출액 8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사업금액이 8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매출액이 8000억원 미만인 대기업은 사업금액이 4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대기업은 아예 참여할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부 신산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미래부의 ‘신산업 분야 공공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신산업이란 ▲5G이동통신 ▲스마트자동차 ▲심해저 해양플랜트 ▲수직이착륙 무인기 ▲지능형로봇 ▲착용형 스마트기기 ▲실감형 콘텐츠 ▲스마트바이오 생산시스템 ▲가상훈련시스템 ▲맞춤형 웰니스케어 ▲재난안전관리 스마트시스템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시스템 ▲직류송배전 ▲초임계CO2 발전 ▲지능형반도체 ▲융복합소재 ▲지능형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첨단소재 가공시스템 등 총 19개 분야다. 

개선안에 따라 미래부는 최근 서울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 서울메트로의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서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데, 미래부가 운영지침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래부 소프트웨어산업과 권상욱 사무관은 지난 1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발주기관이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가점을 받아 통과할 수 있다. 대기업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대기업은 사업 수행경험이 많아 체계적으로 사업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고 중소기업도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시스템을 고도화하는데 그치거나 유지·보수하는 사업, 전체 사업에서 신기술 적용 비중이 낮은 사업도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지원본부 이의섭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산업에 대한 것이니 무작정 반대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미래부에 신산업에 대한 기준이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건의는 했다. 앞으로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지켜보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