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29억7383만달러로 전년대비 9.5% 증가했다. 2010년 약 15억달러에 그쳤던 수출액은 4년새 두 배가 늘었다. 또 고전을 면치 못한 조선, 철강 등 전통적인 수출품목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정부도 지난 7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서 게임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통해 긍정적인 게임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불분명하다. 게임이용을 둘러싼 인식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대신 ‘부모선택제’를 내세웠는데 기존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부모선택제는 ‘부모가 원할 경우 셧다운제 제외’이고, 선택적 셧다운제는 ‘본인 또는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만 게임 가능’이다. 표현만 다를 뿐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하길 바라며 이를 요청할지 의아하다. 결국 현행 선택적 셧다운제의 규제대상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완화한 정도인데, 문체부와 여성가족부간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억지로 협의점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소통과 공감’으로 풀어나가겠다면 게임업계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는 줄곧 모든 게임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부모가 원하는 경우 게임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을 건의해 왔다. 자율적·선택적 규제를 통해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 수 있고, 과몰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산업발전에 앞서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두루뭉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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