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으며 남편과 사소한 언쟁을 벌이던 지난 12일 오후 8시33분. ‘흔들’ 느낌과 동시에 둘의 눈이 마주쳤다. 평생 수도권에서만 생활해 온 기자에겐 최초의 지진경험이었다. 적잖은 충격이었고, 남편과 뉴스를 찾아보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이좋게 지내자며 화해했다. 19일 8시33분에는 지진을 직접 느끼지는 않았지만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지진이 발생하면 무엇부터 해야할 지 떠오르는 대책이 없다. 지진에 대해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 재난시 가장 먼저 ‘국민안전처’를 떠올릴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지만, 정작 재난이 발생하자 제 역할을 못했다. 12일 지진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었다. 19일 지진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먹통 홈페이지, 늑장 문제 등 반복된 부실 대응으로 국민안전처는 국민불신처라는 오명을 얻었다. 국민들은 국가안전시스템을 믿지 못해 생존배낭을 꾸리고, 개인이 만든 지진앱이나 일본 지진앱을 내려받아 의존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기관으로서,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과 재난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국민안전처의 설립목적처럼 국가를 믿고 맘 편히 살 수는 없을까. 어제 저녁 네 살 아이를 붙들고 얘기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엄마, 아빠랑 떨어지게 될 수도 있어, 그 때는 ‘○○초등학교’로 찾아오면 돼. 엄마, 아빠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이는 “근데 왜 떨어져 엄마?” 하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묻는다.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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