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사업은 업력 5년 이상의 기업에 집중됐지만, 성과는 업력 5년 미만의 초기기업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입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중소·중견기업에 R&D 지원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사업은 창업·벤처기업을 포함한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R&D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 연구개발 사업조사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R&D 예산에서 중소·중견기업 R&D 지원 비중은 2015년 14.8% 수준에서 2018년 18%까지 늘어난다.

업력이 낮을수록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도 국가주요사업 집행점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중소기업 R&D 지원성과를 조사한 결과, 업력이 낮은 창업 초기기업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08~2013년 5년간 중소기업의 R&D 지원사업 1개당 업력 3년 미만 기업의 국내 특허출원건수는 연평균 0.346건, 등록건수는 0.318건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높다. 이어 3~5년 미만 기업이 각각 0.282건과 0.228건이며, 5~10년 기업은 0.255건과 0.211건, 10년 이상 기업은 0.274건과 0.180건이다. 10년 이상 기업의 특허등록건수는 3년 미만 기업의 56%,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업력이 높을수록 특허출원건수와 등록건수가 줄었다.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수혜기업 업력별·유형별 성과

미래부·중기청·산업부 지원사업 중 중소기업 수혜 비중높은 사업 기준

같은 기간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1개당 사업화 건수 역시 3년 미만 기업이 연평균 0.3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5년 기업은 0.288건, 5~10년 기업이 0.283건으로 비슷하다. 10년 미만 기업은 0.240건이었으며, 업력이 오래될수록 사업화 건수 역시 낮았다.

또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1개당 발생한 매출액 역시 3년 미만 기업이 연 평균 5억1480만원으로 10년 이상 기업의 3억1280만에 비해 165%가량 높다. 신규고용 인원도 3년 미만 기업은 연평균 1.9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3~5년 미만 기업은 1.49명, 5~10년 기업은 1.62명, 10년 이상 기업은 1.51명 순이었다.

중소기업 R&D 사업을 수행한 5년 미만 기업과 5년 이상 기업을 비교하면 특허건수 18.7%p, 등록건수 39.6%p, 사업화건수 12.5%p, 매출액 25.7%p, 고용인원 9.2%p 높았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사업평가과 임길환 사업평가관은 “업력이 높은 기업들은 누적된 기술이 있는 기업으로 새로운 기술보다는 성숙된 기술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임 평가관은 “반대로 업력이 낮은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경우가 많고, 시장에 나오면 즉각 매출로 이어져 사업확장도 빠르며, 그만큼 고용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수혜 5년 이상 기업 집중

특허건수, 등록건수, 사업화건수, 매출액, 신규고용 등 모든 지표에서 5년 미만 기업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수혜는 5년 이상 기업에 쏠려있다. 업력별 중소기업 지원사업 비중을 보면 5년 이상 기업에 대한 R&D 지원이 80.2%로, 5년 미만 기업보다 4배가량 많다. 지원 사업건수로 보면 5년 이상 기업이 2만604건인 반면 5년 미만 기업은 5076건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R&D 지원사업 중 5년 미만 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기업 전용 R&D 사업인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비중이 높았다. 5년 미만 기업에 대한 지원사업 5076건에서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을 제외한 일반 R&D 지원사업은 3570건이다. 전체 R&D 지원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에서 15.6%로 낮아진다. 예산 비중은 더 쪼그라든다. 5년 미만 기업 지원사업 예산은 6679억원으로 전체 예산인 5조1995억원의 12.8%이고,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을 제외하면 4823억원, 9.9%에 불과하다.

업력별 중소기업 지원과제·예산 비중

미래부·중기청·산업부 지원사업 중 중소기업 수혜 비중높은 사업 기준

결론적으로 창업 초기기업의 R&D 지원효과가 우수하지만, 정부의 지원비중은 낮다. 또 5년 미만 기업 지원사업의 31%가 창업 초기기업 전용 R&D사업인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편중돼 있어 이들 기업들은 일반 R&D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혁신역량 보다 신용도 등 기업 안정성만 따지기 때문”

5년 이상 기업 편중 지원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 임길환 사업평가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업 R&D 지원은 예산을 관리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라며 “일례로 기업이 폐업을 해 예산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혁신역량 보다는 재무제표, 신용도 등 기업 안정성을 고려해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산하기관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그런 기준으로는 초기 창업기업이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5년 이상 기업에 지원이 편중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과 2014년 각각 발표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안’과 배치된다. 미래부는 당시 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창업 2~3년차에 발생하는 R&D 수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회예산정책처 조사결과를 보면,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에서 소외받고 있는 기업이 5년 미만 기업임을 알수 있다.

임길환 사업평가관은 “R&D 지원사업이 편중됐다.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산관리 기관들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혁신성있는 초기 창업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