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소라 기자>   ©중기이코노미

# 삼성전자는 프린터에 들어가는 가루 토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여름이면 습기 때문에 토너가 공장기계에 눌러 붙었기 때문이다. 방법을 찾던 이 회사는 ‘트리즈’ 기법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밀가루‧설탕 등 유사한 제형을 다루는 제분회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제분회사는 제습장치로 습기문제를 제거하고 있었고, 삼성전자도 이 기술을 적용해 토너 문제를 해결했다.

# 도브·바셀린으로 유명한 유니레버도 트리즈 기법으로 미백크림 개발에 성공했다. 미백의 핵심이 흰색이라고 생각한 이 회사는 온몸이 흰털로 뒤덮인 북극곰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북극곰의 피부 자체는 검은색이고 털이 투명한 색이었다. 검은 피부와 투명한 털이 만나 흰색으로 보인 것이었다. 아이디어를 얻은 유니레버는 이 원리를 이용해 자연스러운 미백 효과가 나는 크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중 지난 21일 ‘트리즈 포럼’에서 소개된 사례다. 트리즈란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러시아어로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 TRIZ)이라는 뜻이다. 트리즈 창시자인 겐리흐 알트슐러는 특허기술을 분석한 결과 기술을 발명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패턴을 정리한 것이 트리즈다. 

기업이 활용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온라인강의만 들어도 되는 기초 단계부터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전문가 단계까지 다양하다. 전문가 단계를 마스터하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당 업무를 맡은 엔지니어가 트리즈를 배우라고 조언했다. 해당 기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트리즈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트리즈팀을 별도로 꾸렸다. 가루 토너도 트리즈 팀의 성과다. 이 회사는 트리즈 기법으로 최근 2년간 약 777건의 프로젝트를 해결했다.

중소기업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외부에서 트리즈 전문가를 초청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자체적으로 팀을 운영하자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삼성전자만 해도 트리즈를 활용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러나 기술력이 중요한 중소기업에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국제트리즈협회 이코뱅코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주로 활용해왔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장하고자 한다”면서 “단기 세미나 등을 열어 중소기업의 트리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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