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세제 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주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갖게 하며, 기업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의 맥락에서라도 현재 문제점을 보완해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우리사주조합연합회 손경욱 회장은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합원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난 21일 열린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의 재산형성 및 노사협력 증진 등을 위해 근로자 본인 또는 사업주 출연금으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노사상생은 물론 노사협력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극소수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우리사주조합 결성현황(2015년말 기준)을 보면, 우리사주제도 도입기업은 전체 대상기업의 0.5%에 불과하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결성률은 0.2%에 그쳤다.

<그래픽=박소라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리사주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리사주조합이 존재해야 한다. 도입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사주조합 설립 자체가 어려운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근로복지기본법을 포함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지금보다 쉽게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하고,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 운영위원회 및 약정서의 의무화=근로복지기본법 제35조 제6항에는 ‘우리사주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는 임의규정이다. 이로 인해 운영위원회가 존재하는 우리사주조합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우리사주조합연합회 손경욱 회장은 “회사가 운영위원회 구성에 소극적이면, 조합이 이를 강제하거나 설득할 방법이 없어 조합설립 시작부터 어려움에 처한다”며 “이로 인해 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 수준의 교섭권을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복지기본법에는 우리사주조합 최초 설립시 기본적인 사항을 노사 간 확정할 수 있는 약정서 체결에 관한 내용도 없다. 손 회장은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우리사주조합 설립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빠진 상황에서 회사와 조합의 논의기구인 운영위원회 의무화는 초기 설립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약정서도 설립등기시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편의위해 우리사주 전임자 있어야=증권회사들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매수·매도하는 시스템과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대부분 별도의 전임자가 없다보니 조합원이 직접 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재산권 행사에 차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우리사주조합을 보유한 회사에서도 직원이 우리사주를 활용하지 않고 증권시장을 통해 우리사주를 매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지적이다.

현행법에서는 전임자 여부를 노사간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 손 회장은 “전임자 여부를 노사간 합의에 맡기는 것은 노사간, 조합과 조합원간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리사주조합 설립시 우리사주조합 업무만을 전담하는 전임자를 두는 조항을 법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조합활동비 완화 규정 신설=근로복지기본법 제36조 제1항은 우리사주조합 재원확보 방법으로 회사 또는 주주 등이 출연한 금전과 물품, 조합원 출연금, 우리사주 배당금, 우리사주조합기금에서 발생한 이자 등의 수입금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항은 우리사주조합기금 운용 용도를 우리사주 취득, 차입금 상환 및 이자지급, 손실보전거래 용도로 제한하고 있다. 손 회장은 “현행법에는 조합기금을 조합운영 용도로 사용할 기준이 없다”며 “조합자체의 운영을 위한 비용은 기금에서 가져올 수 없어 별개의 조합비를 징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 우리사주조합이 회사나 노조의 지원을 통해 비용을 해결하고 있지만,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향후 법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우리사주조합연합회 손경욱 회장(가운데)은 “각종 세제 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회사 측이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우리사주조합 운영 지원을 중단하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며 본연의 목적도 실현할 수 없다. 우리사주조합기금 일부를 조합운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금과 별개의 조합비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회사가 우리사주조합에 대해 최소한 지원해야 할 범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조합이 조합비 또는 주식매수를 위한 기금조성을 위해 급여를 사전 공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따라서 조합비 또는 주식매수 기금을 조합원으로부터 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대신해 사용자와 협의(단체협약)해야 한다. 조합비를 받는 방법 역시 급여에서 사전 공제할 수 없어 우리사주조합원은 계좌이체나 은행방문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급여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엄격한 요건을 갖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 의결정족수 규정 신설=근로복지기본법 제33조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은 총회 의결시 민법에 따라 총 사원 2/3의 동의가 있어야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 민법을 따르면 조합원 수가 많거나 전국에 분산돼 있는 경우, 찬성률을 떠나 참석자 수 자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손 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참고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법 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이 출석하고, 출석 조합원의 2/3이상 동의를 얻으면 규약을 변경할 수 있다.

◇조합원 직선제 강화=이와함께 손 회장은 “일부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회사가 임의로 인사담당자 등을 조합 대표자로 선임한 후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조합원 직접 선거원칙을 훼손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기준법에는 ‘우리사주조합 대표자 등 임원과 대의원은 우리사주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같은 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한다.

손 회장은 “우리사주조합 대표를 회사가 임의로 선출할 경우 단순 관리업무만을 수행해, 우리사주조합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원인”이라며 “제재 수준이 낮고 현재 적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발시 고용노동부 장관 권한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올리는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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