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국내 대기업들의 싱크탱크다. 빅데이터 시대에 이런 싱크탱크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데이터와 통계치가 넘쳐도 이를 활용할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다. 그런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중소기업 싱크탱크가 바로 ‘중소기업연구원’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동주 정책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하나뿐인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기관’,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자부심”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중소기업연구원(KOSBI)는 국내 유일 중소기업 관련 연구기관이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KOSBI, Korea Small Business Institute)은 1993년 (재)중소기업진흥재단 부설 연구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원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2003년 (재)중소기업연구원으로 다시 출범했고, 2015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여러 연구과제를 시행하고 정책공유 사업을 진행하는 연구본부 ▲중소기업 관련 빅데이터 시스템인 ‘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며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대한 분석 및 효율성을 평가·연구하는 정책본부 ▲행정지원을 하는 경영기획실 ▲외부교육 및 컨설팅 그리고 대외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하는 대외협력실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주력사업은 당연히 ‘연구’다.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역량제고, 글로벌화, 대중소기업 협력, 남북경협 등 중소기업과 관련된 연구라면 중소기업연구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동반성장위원회 소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제도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현재 원장 주도하의 연구를 통해 시작됐다. 김 원장은 적합업종제도 시행에 앞서 적합업종 지정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내용은 2011년 7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운영 및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로 나왔다. 같은 해 떡·순대·골판지상자·기타자동차부품류 등 23개 품목, 2012년에는 단무지·기타플라스틱 포장용기·부동액(자동차용) 등 30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또 상속이나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의 핵심 관계자라면, 세제혜택에 대한 정책 또는 관련 자료들을 한번 쯤은 찾아봤을 것이다. 이동주 정책본부장은 “상속세나 가업승계와 관련해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어떻게 세제혜택을 줄 것이냐에 대한 근거들도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혜택은 부서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상속세나 가업승계도 마찬가지”라며 “관련부서 설득을 위해 해외사례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통해 적정수준을 제시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합업종 지정제도, 상속세·가업승계 세제혜택…중기연구원 성과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정책으로 실현돼 중소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사례는 열거하자면 많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는 임차보증금안심금융·소상공인특화자금 등 소상공인정책자금을 만들었다. 또 ‘중소기업의 활용도 제고를 위한 병역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연구’로 2015년 일몰예정인 산업기능요원제도 기한이 연장되고 산업기능요원 보충역 인원을 500명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 이외 ‘제3차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는 중기청의 ‘2016~2020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의 바탕이 됐다. 2016~2020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대학기반 기술인력 양성 활성화, 지역별 산업연계, R&D 인력파견 및 지도자문, 중소기업의 고용관련 조세부담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원장(사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운영 및 향후 과제’ 연구가 바탕이 돼 2011년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시행된다.<사진=중소기업연구원>

2014년도 중소기업연구원의 과제건수는 26개며, 이 가운데 정책에 활용된 건수는 29건으로 활용도가 111.5%다. 2015년과 2016년의 연구과제는 각각 27건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만을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 정책본부 산하 ‘규제영향평가센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의 영향을 분석하고,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규제개혁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의견서를 내고 있다. 2016년 9월1일 기준 117건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2015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제정 당시 최초 법안에 따르면, 화학물질 등록에 따른 수수료 기준은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했다. 이에 중소기업연구원은 기업규모에 따라 수수료 기준 금액을 차등해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검토의견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규제개혁위 심의결과, 중소기업연구원의 검토의견에 따라 중기업의 경우에는 수수료 기준금액의 50%, 소기업은 기준금액의 80%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현재 중소기업연구원은 ‘FTA 체결국가에 대한 중소기업 진출전략’ 그리고 ‘국가별 내수시장 진출지원 연구 및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국내 업종별 협동조합의 해외진출 전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향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낙수효과 실태분석’과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실태를 글로벌기업과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수출가치사슬조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KOSBI 경제동향’, ‘중소기업 포커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기정책·지원사업 포탈 사이트, 기업마당 운영

중소기업연구원 이재호 경영기획실장은 “현재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연구원의 핵심과제는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기업마당’”이라며 “기업입장에서 피부로 와 닿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성과일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기업마당은 중소기업지원사업을 모아놓은 사이트로 중소기업청의 위탁을 받아 중소기업연구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국내 공무원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한다.<사진=중소기업연구원>

이밖에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국내 공무원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또 호주 헝가리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의 중소기업 정책담당자에게도 교육을 실시한다.

중기연구원 70명 vs 삼성硏 250명 vs LG硏 200명

중소기업연구원의 2016년 예산은 약 105억원, 이 가운데 61억여원이 정부지원금이며 43억여원 중 37억원이 수탁용역 수입이다. 이동주 본부장은 “어느 연구소나 정부지원금 비중은 비슷하다”면서도 “중소기업연구원의 예산은 연구해야 할 규모에 비해 예산규모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세제·자금·기술·인력·수출판로 등 연구해야 할 품목도, 전문분야도 많은데 현재 규모에서는 1인 다영역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9988’이다. 중소기업 수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99%이고,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오늘과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연구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 23일 현재 인력은 정규직 54명과 비정규직 16명 합해 모두 70명이다. 정규직 54명 중 연구위원·연구원 인력은 40명에 불과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지난 3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직원 수는 약 250명, 영업수익은 1657억원이다. LG경제연구원의 경우에도 직원수는 200명에 2015년 영업수익은 767억원이다. 인력이나 예산규모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동주 본부장은 “대만이나 일본의 중소기업 연구기관들과 비교해도 중소기업연구원 규모가 크지 않다. 정원이나 예산을 확대할 권한은 기획재정부에 있어, 자체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공공기관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중소기업중앙회나 중소기업청 등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의견을 내고, 데이터를 통해 중소기업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중소기업연구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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