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비관세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비관세장벽은 자국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외의 방법으로 외산제품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말한다. 특히 무역기술장벽(TBT)은 무역상대국간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채택·적용하는 방식으로 자국제품과 산업을 지키는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한·EU 전기전자분야 FTA TBT 대응전략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지난 23일 연 ‘한·EU 전기전자분야 FTA TBT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도 환경에너지센터 도창욱 과장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면서 바이어들은 정책·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조건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환경·에너지 규제는 손해배상, 구속 등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환경·에너지 규제는 EU가 선도하고 있다. ▲전기·전자제품에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PBB및 PBDE사용을 제한하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와 이를 사용하는 하위사용자를 대상으로 화학물질의 등록과 허가·제한의 의무를 부여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폐전기전자제품의 발생에 대한 사전 예방과 재사용·재활용·재생 등을 통해 제품 전 과정에서의 환경성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폐전기전자처리지침(WEEE) ▲제품의 환경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설계 의무지침(EuP 지침) 등이 대표적이다.

RoHS를 위한 제출자료 예시<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전기전자제품을 만들 때 폐기물 처분 및 재활용 과정에서 재활용을 막거나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6개 유해물질(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PBB, PBDB)의 사용을 억제하고, 유해성이 덜한 물질로 대체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교류 1000V, 직류 1500V 이하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한다.

대형 가정용품, 소형 가정용품, 정보통신장비, 소비자 가전, 조명기기, 전기전자공구, 완구·레저·스포츠용품, 자동판매기 등 10개 품목군을 포함한다. 법적관리 농도와 기업관리 예시 수치를 정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전자제품이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단일재질로 평가하기 때문에 완제품을 구성하는 개별 부품 모두가 평가대상이다. ▲공인기관여부 ▲납품업체 또는 납품업체의 원재료 업체여부 ▲단일재질 별 성적서 제출 여부 ▲재질 유형 별 측정원소 만족여부 등을 확인한다.

단, 사용 금지된 물질 가운데 대체물질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용을 허용한다. 예컨대 구리합금과 같이 사회적·기술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포함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연간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입하는 기업은 해당 화학물질의 특성, 용도, 안전한 취급방법 등을 등록하고 평가 및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100톤 이상의 경우 별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며 해당 기관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CMR(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PBT(잔류성, 생축농축성, 독성)물질과 같이 인체위해가 우려되는 물질은 별도의 허가를 받은 후 제조하거나 수입할 수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시험 및 위험성 평가의 책임소재를 EU 각국 정부의 관계기관에서 제품 생산자로 변경함으로써 화학제품 생산자의 책임의식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해도가 큰 고위험성 우려물질을 SVHC(Substance of Very High Concern)로 지정해 분류했으며 올해 9월 기준 총 169종에 달한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주로 DBP, Diarsenic pentoxide, Diarsenic trioxide, DEHP 등이 사용 가능성이 높은 SVHC로 분류됐다. 해당물질로 만들어진 상품은 별도의 라벨링을 해야 하며 라벨링에는 품목분류 중 어느 카테고리에 해당하는지, 해당하는 최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기준, 해당물품의 최대 VOC 함유량 등을 표기해야한다.

◇폐전기전자처리지침(WEE)=EU는 주요 전기전자제품별로 재활용 비율과 폐가전 수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가전제품은 유럽 역내산 및 수입품 여부를 불문하고 재생(recovery), 재사용(re-use), 리사이클(recycle) 비율과 무료 수거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특정 유독성 물질도 사용해선 안된다.

이에따라 제조업체는 수거된 폐가전을 재생, 재사용, 리사이클링 공정으로 보내기 전에 특정 물질이나 부분품을 제거해야한다. PCB, 스위치와 같은 부분품을 포함한 수은, 배터리, 컬러토너와 토너카트리지, 형광물질을 함유한 플라스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존층파괴물질이거나 지구온난화 물질을 함유하는 장비의 경우에는 별도 지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제품의 환경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설계 의무지침을 만족시켰다는 서류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전압 A/C 1000V 와 D/C 1500V 이하에서 사용되는 모든 유형의 전기전자제품에 적용된다. 대형 가정용기기, 소형 가정용기기, IT 및 통신장비, 소비가전, 조명기기, 전기 및 전자공구, 완구 및 레저·스포츠용품, 의료기기 등 10개 품목이 대상이다.

◇친환경설계 의무지침(EuP 지침)=전기·전자기기나 전열기기와 같은 에너지소비제품(EuP)은‘에코디자인(eco-design)’을 갖춰야 한다는 지침이다. 에코디자인이란 제품의 디자인 설계단계부터 사용과 재활용 단계까지 친환경 프로세스를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자동차를 제외한 전기, 화석연료, 재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대상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품들로 난방기기, 물가열기, 조명기기, 가정용 전기제품(냉장고, 냉동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사무용 기기 등이다.

해당제품에는 에너지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기재한 라벨링을 반드시 부착해야 하며, 제조기업은 대기상태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별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EU에 수출하는 에너지 사용제품은 EuP 지침을 준수해 제조했음을 의미하는 CE마크를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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