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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 표준약관 제도’ 재정비 작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회사가 주축이 된 민간차원의 표준약관 도입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강화 로드맵’에 따르면, 현행 표준약관제도를 재정비해 원칙적으로 금감원에서 직접 규율하는 표준약관을 폐지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표준약관을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민간협회가 소비자단체·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표준약관(안)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형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보험약관은 보험계약과 관련해 보험가입자와 보험사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약속을 말한다 .이 가운데 모든 보험상품에 두루 표준으로 쓰이는 약관을 표준약관이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이 표준약관을 모체로 각 보험상품의 특성을 담은 개별약관을 만든다.
현재 보험 표준약관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금감원의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 표준약관은 ▲생명보험 ▲질병·상해보험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실손의료보험 ▲해외여행 실손의료보험 ▲신원보증보험 ▲신용보험 ▲채무이행보증보험 등 10개로 구성돼 있다.
‘보험 표준약관 제도’ 재정비는 보험사에서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 표준약관을 따르다 보니 보험사별로 똑같은 상품이 나와 상품의 다양성을 꾀할 수 없고 나아가 보험시장의 질적발전도 없다는 보험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위원은 26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를 따르게 되면 상품의 개발과 신고 등이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정보유출·드론산업 등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현 산업에 맞는 표준약관으로 보험회사들이 상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산업 경쟁력…강화 로드맵’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관련규정을 개정하고 하반기 중 시행예정이었지만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결과 아직 관련규정 정비를 위한 준비작업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보험과 신상록 사무관은 이날 “표준약관 신고 기관이 금융위가 될지 금감원이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신 사무관은 “현재 협회 등이 상품위원회 구성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 최대한 자율권을 주기 위해 표준약관 제정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약관 제정 후 금융감독에 신고하면 그때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법규정비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어떤 법규가 정비돼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보험법, 감독규정 등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보험상품 약관의 기초가 될 표준약관을 보험회사 협회의 자율에 맡긴다는 정부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금융감독원 관리 하의 표준약관을 따르는 현재도 보험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직 보험산업이 성숙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표준약관 제정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이 생겨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신사무관은 “협회에서 표준약관을 만들 때 상품심의위원회가 보장범위 조정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을 담당하고 보장내용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부실상품 등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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