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바둑경기에서 승리를 한 알파고는 대중에게 인공지능(AI)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다수 사람들이 먼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이 이미 구현돼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의료계를 넘보고 있다. 최근 한국 IBM은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가천대 길병원에서 암환자의 진단·치료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왓슨의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의 뛰어난 학습능력이 의사의 진료 및 치료에 도움을 줄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IBM에 따르면 왓슨은 2000만 페이지 분량의 암 정보를 비롯해 임상결과와 최신 논문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해 의사가 작성한 환자의 임상정보와 병력, 테스트 정보 등을 분석하고 최적의 처방과 치료방법을 의사에게 제안한다. 예컨대 암 환자의 의무기록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정보 등을 주입하면 항암치료 옵션을 신뢰도가 높은 순서대로 제시한다. 이 때문에 수술경험이 적은 10명의 인턴보다 훨씬 나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왓슨 도입을 시기상조로 여기는 의견도 있다. 단순한 정보분석과 실제 진료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왓슨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 신체 정보 등을 입력해야만 각종 문헌, 진료기록 등을 통해 학습된 자료를 분석하고 치료법을 제공한다. 왓슨을 이용하기 위해선 개인정보 제공이 필수라는 얘기다. 개인병력 등을 인공지능에 위임했다 해킹 등으로 유출될 경우 그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다국적 의료통계회사 IMS 헬스코리아가 환자 의료정보 수십억 건을 해외로 유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환자 데이터를 인질로 금품을 요구하는 해킹 사례도 등장했다.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을 당장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으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예를들어 의료분야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소득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급선무다. 우선 의료사고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미비한 국내 법제도부터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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