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바이럴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글로벌기업인 삼성 마저 바이럴 마케팅의 금기를 범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을 고민하는 모든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사례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미국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명선수 데이빗 오티스는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소위 ‘셀카’를 찍었다. 오티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를 들고 오바마와 셀카를 찍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중계됐다.

삼성전자 모바일의 미국 계정은 트위터에 오른 두 사람의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해당 사진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로 촬영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국내 언론들도 이 사실을 전하며 갤럭시노트3의 위상을 강조해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과 방문자의 셀카를 담은 기기도 삼성이 만들었다는,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홍보였다.

그러나 삼성과 오티스가 계약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이 미국 대통령을 자사 홍보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과 오티스는 지난 월요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셀카를 찍고 갤럭시노트3를 홍보한 것이 계약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이미지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삼성의 오바마 스캔들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계약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지만, 설령 미 대통령과의 셀카를 삼성제품으로 찍기로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이 행동 자체가 비난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유명인사들이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바이럴 마케팅이 실패했을 뿐이다. “유명인사가 삼성 제품을 이용해 미 대통령과 셀카를 찍은” 멋진 상황 앞에 “삼성과 계약 관계에 있는”이란 말이 추가되면서 감동이 반감돼 버렸다.

삼성은 이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미국 유명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는 유명 배우들이 앉아 있는 객석을 드나들며 갤럭시노트3로 셀카를 찍어댔다. 이 모습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전세계로 중계됐다. 브래드피트 등 유명 배우들이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든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이라는 말이 국내외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엘런이 삼성 제품을 쓴 이유는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맡은 방송사와 삼성 간에 PPL 계약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엘런이 백스테이지에서 다른 배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아이폰을 통해 올리기까지 하면서 “삼성의 승리”는 “삼성의 굴욕”이 돼 버렸다.

삼성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런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바이럴 마케팅이 힘들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이럴 마케팅의 핵심은 결국 “자발적인 행동에 대한 대중의 신뢰”이지 “유명인”이 아니라는 것을 마케팅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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