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사진)은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2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주영섭 중기청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제품구매를 약속한 대기업·공공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아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는 등 매년 국감 때마다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중소기업이 수요처의 구매의사를 확인한 후 연구개발에 착수하거나, 대기업·공공기관 등에서 요구하는 제안기술을 개발하면 대기업 등이 구매하는 사업이다.

중기청이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중소기업 기술개발 성공과제 358건 중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구매를 약정하고도 구매하지 않은 사업이 111건, 전체 31%에 이른다. 또 실제 구매가 이뤄진 사업도 1000만원 미만 구매가 10개, 1000만원에서 5000만원 미만 구매가가 14개 등 과제 1/3 이상의 구매가격이 낮았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성공판정을 받은 과제 중 구매예정액과 실제 구매액 차이는 과제당 약 6억5219만원이다.

111건의 미구매 과제 중에는 삼성전기와 포스코가 12건씩 있다. 이들 기업은 직접 시험 및 성능인증에 참여해 개발하거나 입회해서 진행한 사업임에도 ‘신뢰성 미흡’, ‘품질경쟁력 부족’, ‘현장검증 미실시’를 이유로 구매를 거절했다고 우 의원은 밝혔다. 5건을 미구매한 삼성디스플레이도 ‘가격경쟁력이 없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은 7건의 미구매 과제 중 4건은 자체시험 내지 입회하에 시험 및 성능인증을 했음에도 구매하지 않았다. 또 나머지 3건의 사업에 대해서는 시험·인증 중 또는 2011년 성공과제를 2016년 구매예정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처도 5건의 미구매 과제 중 3건에 대해 입회하에 시험, 성능인증을 거쳐 과제개발에 성공했으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매를 거부했다. 약정을 해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중소기업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왼쪽)은 “중소기업 기술개발 성공과제 358건 중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구매를 약정하고도 미구매한 사업이 111건에 이른다”고 했고, 주영섭 중기청장(오른쪽)은 “본래 취지를 살려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기이코노미

우 의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직접 중소기업과 함께 시험성능 인증참여도 했고, 개발도 했다. 개발에 성공하니 중소기업한테 전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구매를 안했다.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말했다.

미구매 과제 중소기업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도 기부금을 내야했다. 구매가 없었던 111개 과제를 진행한 중소기업이 낸 기부금은 약 2억7425만원으로 전체 기부금 7억8866만원의 35%에 해당한다. 중기청은 미구매 과제 수행기업들에도 제품개발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받았다. 우 의원은 “기술구매가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은 중소기업도 기부금을 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들은 중소기업을 위해 사용되지도 않았다. 약정을 지키지 않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상품권 구매와 해외연수를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전기 직원은 중기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으로부터 우수구매처라며 2012년과 2014년 각각 400만원과 500만원의 상품권을 받았다. 포스코 직원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5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받고 호주 해외연수까지 갔다. 국가기술품질원 직원은 2011년부터 5차례에 걸쳐 1150만원의 상품권을 받았다.

우 의원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대기업에 페널티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중소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해외연수까지 가고, 중소기업을 두 번 울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주영섭 중기청장은 “2015년부터 기부금 제도를 폐지했다”며 “우 의원의 말에 100% 동감한다. 본래 취지를 살려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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