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개발도상국 차관사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섹터개발차관’ ‘민간협력차관’ ‘금리우대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5년까지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평균 18%대이지만, 중소기업의 개도국 차관사업 참여 비중(수주금액 기준)은 평균 10%대에 그쳤다. 중소기업이 대개도국 차관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전문분야 사업을 발굴하고, 이와함께 교육·홍보 등도 필요한 대목이다.

개도국 차관사업은 장기저리의 차관을 제공해 개도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우리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돕는다. 경제발전 단계에 있는 개도국과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또 개도국 차관사업을 통해 미개척 신흥시장에 중소기업이 진출하도록 함으로써 대기업 수출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고용기여율이 높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함으로써 고용창출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1963년 이후 2013년까지 중소기업의 고용기여율은 84.3%, 대기업(15.7%)의 5배가 넘는다.

<자료=기획재정부>   ©중기이코노미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6년 국가주요사업 집행점검·평가’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의 개도국 차관사업 참여비중은 2012년 16.0%, 2013년 16.3%에서 2014년 4.2%, 2015년 8.6%로 급락했고 올 8월 기준 19.0%다. 반면 대기업의 참여비중은 2012년 63.5%, 2013년 71.7%, 2014년 78.4%, 2015년 73.7% 그리고 2016년 8월 75.8%다.

2016년 8월 기준 대기업의 대개도국 차관사업 수주금액은 2596억원이며 중소기업은 651억원에 불과하다. 개도국 시장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음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대기업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관련 수출입은행 서준영 홍보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개도국 정부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자금력·기술력이 우수하고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관사업 입찰주체는 어디까지나 개도국인 만큼 중소기업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사업평가국 이종민 사업평가관도 “개도국이 자체 기준을 내세워 입찰평가시 대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우리가 나서 무작정 바꿔야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금리우대제도, 섹터개발차관, 민간협력차관…성과 없어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 참여 활성화 대책으로 2010년부터 중단된 소액차관을 2014년부터 재개하고, 사업별 한도도 3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로 확대했다. 소액차관은 OECD의 상업성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상업성이 있는 소규모 기자재수출 지원에 활용도가 크고, 선진국의 경우에도 자국제품 수출 촉진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기재부는 지난 2007년 소액차관을 도입해 2009년까지 소액차관 11개 사업 3300만달러를 지원했으나,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과 소액차관 유무상 역할분담 방침에 따라 지원을 중단했던 것을 유상지원으로 재개한 것이다.

이와함께 기재부는 ▲개도국이 중소기업에 수주를 주거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사업을 선택할 경우, 우리정부가 개도국에 제공하는 차관을 무이자로 제공하는 ‘금리우대제도’ ▲중소기업 참여가 유망한 분야의 다수 소규모 사업을 하나로 묶어 사업승인에서 차관계약까지의 과정을 기재부가 일괄협상하고, 중소기업은 차관계약 체결 후 개별 사업별로 입찰만 진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시간과 부담을 절약한 ‘섹터개발차관’ ▲개도국 현지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개도국 정부가 아닌 기업에 직접 차관을 지원하는 ‘민간협력차관’ 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기업규모별 수출 비중

대개도국 차관사업 기업규모별 참여 비중(수주금액 기준)

<자료=관세청, 기획재정부>

하지만 2016년 현재 소액차관사업 5건에 총 1900만달러의 사업승인 외 다른 사업들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수출입은행 서준영 홍보실장은 “소액차관사업을 제외한 금리우대제도, 섹터개발차관, 민간협력차관은 시행된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협상력 낮은 中企위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자금 지원에만 치우쳤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종민 평가관은 “중소기업이 개도국의 입찰과정과 특성·시스템을 파악해 기술력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차관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국내 기준으로 봐도 개도국에서 흥미를 느낄만한 포인트를 중소기업이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작정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개도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도국 정부에 금리우대제도와 같은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개도국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 중소기업을 선제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분석을 선행해 중소기업 해외진출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력하도록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밖에 의료·교육 등 중소기업 참여가 활발하면서도 대기업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전문분야사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금리우대제도, 섹터개발차관, 민간협력차관 등의 지원책을 이에 맞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이종민 평가관은 “예를들어 국내 중소기업이 정수기 사업에 강점이 있다면, 정부가 식수보급이 어려운 개도국에 우리 중소기업 정수기 기술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이를 중소기업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신해 나서려면 우선 중소기업 기술력 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입찰정보가 부족하거나 입찰서류를 작성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기업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입찰준비과정에 필요한 전문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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