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패션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배우 윤은혜씨가 중국 패션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의상이 디자이너 윤춘호씨의 것과 비슷하다는 논란이다. 윤은혜씨의 의상은 방송에서 바이어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실제로 현지에서 판매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윤씨가 디자이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는 의상디자인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저작물이 아니니 저작권 보호도 받을 수 없다. 다만 의상에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 패브릭 프린트, 패턴 등이 들어가 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해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저작권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저작권법에 따라 표절로 인정을 받으려면 두 개가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 누가 봐도 똑같다고 느낄 정도로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별도의 등록이 필요하지는 않다.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고 싶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등록 시스템에 등록을 해 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창작물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소송에 가봐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법원이 저작권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일 특허청과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디자인보호포럼에서 특허청 정부용 사무관(변리사)은 “저작권은 창작자 사후 70년까지 보장하는 매우 강력한 권리다. 존속기간이 기니 저작물로 인정하는 범위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다 강력한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특허청 디자인 등록이다. 옷은 다른 품목에 비해 디자인등록이 쉬운 편이다. 특허청은 디자인등록 심사를 할 때 의류, 가방, 시계 등 일부 품목에 한해서는 ‘일부심사’만 한다. 일반적으로 심사를 할 때는 기존에 등록된 디자인 중 비슷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 뒤 없을 때만 등록을 해 주지만, 일부심사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도면 요건과 디자인 방식 등을 보고 문제가 없다면 등록을 시켜준다. 

일부심사 방식의 최대 장점은 빠른 권리 확보다. 정 사무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디자인권이 등록되기까지는 5개월이 걸리지만 패션디자인은 2~3개월이면 된다. 빠른 권리확보가 필수적인 패션업계의 특성을 반영해 일부만 심사하는 것이다. 권리확보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패션디자인 출원 심사비는 4만5000원, 1~3년차 설정등록료는 2만5000원, 4~20년차 유지료는 3만4000원이다. 소기업이거나 개인디자이너라면 30~70% 감면혜택이 있다. 이 경우 심사비는 1만3500원, 설정등록료는 연간 7500원, 유지료는 연간 1만200원이다. 

빠른 디자인권 등록이 장점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사에서도 빠르게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부실한 디자인권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 사무관은 “기존 디자인권과 관계없으니 빠르게 권리를 확보할 수 있어, 출원자는 디자인권 등록만 되면 마구잡이로 권리침해 경고장을 날릴 수 있다. 경고장 받는 입장에서는 무효사유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