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로부터 중소상인을 살리자는 운동을 옷장사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이 사회가 정상일까요?”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하 을살리기운동본부) 인태연 상임회장.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부평구에 들어선 3개의 롯데마트와 기존에 있던 롯데백화점이 인근 상권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목격해왔다. 이런 문제들은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골목골목에 대기업 SSM이 들어서고 떡, 순대와 같은 소상공인의 생산영역에도 침투했다.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국민경제 황폐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을살리기운동본부 인태연 상임회장은 “골프존이 전국의 골프존 사업자들에게 행하고 있는 횡포 역시 가맹본부·대기업·대형마트들의 횡포와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대형마트 등 규제법안 촉구 단식의 결실 ‘유통산업발전법’

인 회장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소속 30여명의 상인들은 2010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당시 정치권에 대형마트 횡포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그해 가을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주요 내용은 SSM 단속과 복합쇼핑몰 허가제 등이며, 인 회장의 요구안이 담겼다.

이후 ‘장기라도 팔아서 물건 값을 대라’ 등의 폭언과 막말, ‘제품 밀어내기’ 등 우유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을살리기운동본부’가 탄생한다. 또 당시는 전국에서 편의점 본사의 횡포로 편의점주들의 자살과 과로사가 잇따르던 무렵이었다.

“가맹본점이 가맹주들을,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수탈하고 그리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싹쓸이하는 일이 기업의 문화가 돼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제2항에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20여 중소상인단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을’들도 목소리를 내보자며 을살리기운동본부를 조직한 인 회장은 ‘자본주의, 자유경제’라는 이름만을 앞세워 대기업이 자기 마음대로 횡포를 부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0년 중소기업중앙회 단식농성 모습. 당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당 의원단, 노회찬 진보신당 의원 및 진보신당 관계자 등이 농성장을 방문했다.<사진=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국정감사에 골프존 대표이사 등 증인출석 추진”

인 회장은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골프존이 전국의 골프존 사업자들에게 행하고 있는 횡포 역시 가맹본부·대기업·대형마트들의 횡포와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골프존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골프존이 대기업의 나쁜 문화를 따라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프존 사업자들의 이야기는 사업의 내용과 이름만 달리할 뿐, 대기업의 갑질횡포에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주변 을들의 얘기입니다. 실질적으로 가맹사업행위에 해당함에도 법적으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유사가맹점도 가맹점에 준하는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는 ‘골프존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인 회장은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골프존의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도록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골프존의 불공정거래 방식의 책임을 묻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골프존은 이미 시장포화상태에 이르러 사업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밀집지역에 대한 신규창업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골프존 사업자들의 상황이 편의점주의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골프존이 사업자와 협의해 함께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법안 제정, 특검 등의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겠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난 9월1일 열린 ‘㈜골프존 가맹사업전환의 문제점 및 입법방향 정책토론회’ 모습.   ©중기이코노미

“대기업 편드는 불공정한 ‘공정거래위원회’ 수술 필요”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자영업자들에게 ‘불공정거래위원회’로 불리며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도 말한다. 대기업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는 공정위는 불공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조문을 들이대며 대기업 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전국에서 생기는 대기업과 중소자영업자들 간의 분쟁을 현재 공정위가 다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해 전국 곳곳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상공인들이 ‘도와달라,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각종 지원을 해 육성하듯 600만 자영업자도 하나의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예전에는 내 장사만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열심히 일해 매출이 발생해도 가맹본사 대기업에서 수탈해가는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쓰러지고 실업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 회장은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 빚 안지고 먹고살 수 있는 사업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외침”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6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지지’ 기자회견 모습.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민주노총, 청년유니온 등이 공동선언을 했다.<사진=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다채로운 경제주체가 건강한 유통생태계 만든다

그는 소비자 선택권은 살아남은 기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시말해 전통시장, 대형마트, 골목슈퍼, 소규모 자영업자 등 다채로운 경제주체가 건강한 유통생태계를 유지하는 속에서 제대로 된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유통상점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상권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며, 해당 유통매장이 들어섬으로써 지역매장 매출이 1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구멍가게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도 대형 유통상점을 쉽게 허가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을살리기운동본부는 상인단체로는 처음으로 민주노총 등과 함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 가게에 와서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이 노동자들입니다.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머니에 들어와야 할 돈이 부당하게 안들어오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죠. 대기업과 중소자영업자들의 거래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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