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남기 농민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 서울대 백선하 교수는 백씨의 사인을 ‘병사’로 판단했다. 그는 유족들이 환자의 합병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료받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사인을 유족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어떠한 형태의 외압이 없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의학계에서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의 종류는 선행한 사인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며, 질병 외에 다른 외부요인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선택한다.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것이다. 사망진단서 작성 원칙에도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그의 주장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국의 의과대학 학생들이 잇달아 의사적 양심을 묻는 성명을 발표했다. 野 3당은 5일 故백남기 농민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특검을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과 부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809인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백씨의 사망 진단서가 “의학적인 오류와 의문만 남긴 채 부검 가능성을 열어준 사망진단서”라며, “외인사임이 명확한 故백남기 씨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진단서로 의사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서울고검장에게 ‘교통사고로 입원해 317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하면 교통사고사냐, 병사냐’라고 묻자 박 고검장은 교통사고사라고 답했다며 이것이 국민의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오늘 찾아봤다.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라는 선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농업을 지켜달라며 공권력 앞에 섰던 故 백남기 농민은 차디찬 살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317일 동안 혼수상태로 사투를 벌이다 사망했다. 시위 당시 물대포에 쓰러지는 백남기 농민의 영상은 온 국민에게 공개돼 있다. 특검을 통해 정부의 책임을 확실히 묻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정부의 폭력에 의해 사망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또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의사 백선하 교수의 의사적 양심에도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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