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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식품넘어 패션까지 할랄산업 넓히는데 의류업 ‘히자비스타’ 신조어 생겨…무슬림 인구증가·소득향상 영향

기사입력2016-10-06 15:21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식료품, 화장품을 포함한 ‘할랄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식품에서 시작한 할랄은 최근 그 영역을 제품의 유통이나 판매에 이르는 물류, 금융, 관광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 무슬림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30%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할랄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할랄산업은 식품에 치우쳐 있다. 지난 7월 정부도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할랄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은 없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가 늘고 있고, 무슬림 관광객 역시 증가하고 있어 여러 산업에 할랄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세계 3위 패션시장…겉옷은 겸손·신앙 강조, 속옷은 화려

무슬림을 단일 국가로 치면, 할랄패션 시장은 2013년 기준 미국(4940억달러), 중국(285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패션업계의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할랄패션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다국적 미디어그룹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3년 무슬림 소비자가 의류와 잡화에 지출한 금액만 2660억달러다. 같은 시기 글로벌 전체 패션지출 규모가 2조238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그 비중은 11.9%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다이나 스탠다드도 2013년 무슬람 패션시장은 연간 약 10% 성장했으며, 성장세를 이어가 2019년에 약 48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율법(코란)을 바탕으로 한 ‘샤리아’를 따른다. 옷은 몸을 가리는 것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단정함을 기본으로 하며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히잡(얼굴이 보이는 머리쓰개), 차도르(얼굴, 손발을 제외한 온몸을 가림), 부르카(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를 가림)다. 겉옷이 겸손과 신앙을 강조하는 반면 속옷 등 란제리는 화려하다. 남성은 금과 실크 착용을 금지한다.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옷을 선호함에 따라 서구양식을 차용한 다양한 무슬림 의복과 서구·무슬림 의복이 혼재된 새로운 양식의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패션의 중심축이던 여성복을 벗어나 남성을 위한 패션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무슬림 여성복 기반의 터키 온라인 할랄패션몰 Modanisa<자료=Modanisa 온라인 쇼핑몰>

일반적으로 비무슬림국가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할랄패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며, 2013년 OIC(이슬람협력기구)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의류수출로 270억달러를 벌었다. 특히 글로벌 의류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앤드가바나(D&G)는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 무슬림 전통의류인 ‘히잡’과 ‘아바야’를 출시했으며, 라마단기간을 겨냥한 의류제품도 출시했다. 스웨덴 SPA브랜드 H&M은 히잡 쓴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일본 유니클로도 무슬림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에어리즘(AIRism)’ 의류 소재를 히잡에 접목한 바 있다. 히잡과 패셔니스타를 결합한 ‘히자비스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히잡쇼핑몰이 무슬림 패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터키의 온라인 할랄패션몰 Modanisa, 말레이시아 무슬림 전용 스포츠의류 쇼핑몰 Nashata가 유명하다.

할랄의약품, 금기 성분 많아 인증 까다로운 편

이와함께 할랄의약품도 음식료와 함께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입을 통해 직접 몸으로 흡수하다보니 할랄(허용된 것)과 하람(금지된 것)을 지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앙심이 높은 무슬림을 중심으로 제조사의 할랄인증 여부를 따져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다이나 스탠다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무슬림의 의약품 소비지출은 약 720억달러로 글로벌 전체지출의 6.6%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할랄식품(17.7%)과 비교해 적지만, 시장잠재력이 크다. 2019년 할랄의약품 시장규모는 103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의약품의 경우 금기하는 성분이 많아 인증이 까다롭다. 예컨대 연질캡슐에 사용되는 젤라틴은 돼지피를 원료로 하는 대표적인 하람성분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원료가 필요하다. 생명과 직접관련이 있는 의약품의 경우 대체원료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는 예외적으로 하람성분을 인정하기도 하나, 기본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할랄미디어·오락 산업도 2020년 5.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슬람 가치가 담긴 오락에 대해 지역별로 종교적·교육적 해석이 달라 세심한 시장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2013년 검색엔진 구글에서 등장한 ‘할랄구글(halal google)’이 좋은 예다. 일반 구글과 유사하지만 이슬람 율법과 문화 등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또 샤리아 율법과 종교를 모욕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자동 액세스가 있다. 최근에는 남녀분리 카페,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 게임과 만화영화, 할랄 어플리케이션 등이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