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온갖 탈법과 비선실세 논란 그리고 청와대 배후설 등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창립 55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전경련을) 해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혁적인 성향의 정치인 또는 진보성향 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내 경제통이고, 여당내 잠룡중 하나인 유승민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은 “법적으로는 전경련을 해체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친절하게 해체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청와대든 정부든 전경련을 상대 안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경제단체가 본업은 팽개친 채 정치를 하고 특정인만을 위해 돈과 권력을 남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자업자득이다. 전두환 정권때 일해재단을 위해 599억원에 달하는 설립자금을 모금한 곳이 전경련이다. 일해재단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설립을 주도한 사람만 바뀌었을뿐 등장하는 권력기관은 동일하다. 전두환 정권 당시엔 청와대의 장세동 경호실장이고 지금은 청와대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다.

재벌대기업을 포함 600개 회원사를 가진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경제단체다. 전경련의 주력인 재벌대기업은 노태우 정권 당시 수천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노씨에게 갖다 바쳤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주체 못한 노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3000억원을 건넸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재벌대기업은 수천억 이상의 뇌물을 바친 대가로 수서지구 특혜,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 대형 국책사업 수주를 통해 그 이상의 돈을 벌었다. 검찰 수사결과, 노씨에게 뇌물을 준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총수 8명을 포함 기업인 35명이 뇌물 공여 혐의로 처벌받았다. 뇌물죄를 사면받은 이들 재벌기업 총수들은 또 다시 이른바 1000억원에 가까운 ‘차떼기’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투입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경유착의 생명력은 이처럼 길고 질기다.

전경련은 재벌대기업의 정경유착 창구 역할을 때론 직접 행함으로써 스스로 표방한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했다.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다양성이 존중돼야 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 또 최근 특정인만을 위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회원사들의 목을 비틀어 700억원 이상을 수금했다. 경제단체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했고 회원사들로부터의 신뢰도 떨어졌다. 올초 어버이연합 지원으로 전경련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기업 7곳이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까지 회원 탈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혹 덩어리인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마땅히 해산돼야 한다. 단, 전제는 검찰의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 해산돼야 한다. 전경련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해산을 통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굳이 해산해야 하는 순서를 말하라면 전경련이 먼저다. 

“회원사에 오히려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전경련은 그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권고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로 알려진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원장(국가미래연구원)의 발언이다. 진보 경제학자인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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