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이우환 등 유명 화가들의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미술시장을 투명하게 하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 유통업 신설, 미술품 이력관리 의무화,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미술품 유통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신설법에서는 미술품 유통업자들이 미술품 이력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정한다. 미술시장에서 위작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누가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지가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력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행정적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한때 미술품 거래이력을 신고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는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미술품 구매자 정보를 미술품 이력 필수항목에 넣자는 제안도 빠졌다. 미술품 구매자가 노출될 경우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미술계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미술품 유통업’을 신설하고 세부 업종에 따라 진입 규제도 달리 하기로 했다. 화랑업은 등록, 미술품경매업은 허가, 기타 미술품판매업은 신고제를 적용한다. 허가 없이 미술품을 유통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 기존 유통업자들이 허가나 신고를 준비할 수 있도록 2년의 경과규정은 두기로 했다.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를 도입하고 감정업자에게 관리감독 책임과 소속 감정인의 윤리교육 의무를 부과한다. 당초 문체부는 미술품 감정사 자격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자격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미술계 의견에 따라 등록제로 완화했다. 

이번 대책이 미술품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해 시장 활성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시중은행, 카드사와 연계해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을 구입할 경우 최대 24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지원한다. 미술품 구입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공유경제 등 시대 흐름에 맞게 미술품 대여 시장도 활성화한다. 작업실에서 잠자고 있는 작품을 학교, 공공시설에서 손쉽게 대여할 수 있게 기초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 전업작가 5만명이 연간 106만점의 작품을 창작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판매량은 전체 창작품의 2.5%인 2만7000점에 그친다. 대여 시장 활성화는 작가에게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일반 국민의 미술 향유권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문체부는 내년 초까지 입법을 마무리짓고 하반기부터 법이 시행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미술품 유통업 허가·신고 등 일부 규정은 2년이 경과한 2019년부터 의무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