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의혹에 휩싸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방위로 해체 압박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의 국가미래연구원과 진보 성향의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4일 공동으로 전경련 해산을 권고한데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전경련과 회원사인 공공기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지휘를 받고 있는 정책금융기관들이 대기업 이익을 옹호하는 전경련에 왜 들어가 있느냐”며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적절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중소기업 이익과 경제전반을 위해 일해야 한다. 금융위원장 책임 하에 탈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기관 중 전경련에 소속된 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등 다섯 곳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 전경련 회원사는 총 19곳이다. 중소기업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생산성본부 한국석유관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과학기술원 등이다. 

5일 기재위 국감에서 이언주 의원은 “공공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데 이익단체인 전경련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면서 “공공기관들이 문제의식 없이 네트워크 구축이니, 교류협력이니 하면서 전경련의 카트텔 속에 들어가 재벌들과 공동체를 형성해 알게 모르게 상호이해관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전력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과학기술원은 탈퇴 의사를 밝혔으나 전경련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전경련에 회원 탈퇴 공문을 보내고 회비도 내지 않고 있지만, 전경련은 매년 회비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 최근 전경련이 발간한 2015년 전경련 연간 보고서에도 이들 기관은 전경련 회원사에 속해 있다. 조 의원은 “가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탈퇴는 할 수 없다는 식의 전경련의 행태도 문제지만,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 전경련 회원사로 가입했던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민간경제인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민간 경제단체다.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초대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였다. 최근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으로의 불법자금 지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대기업 수금 등이 도마위에 오르며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나 민간단체인만큼 정부가 해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전경련을 상대하는 정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5일 기재위 국감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법적으로 정부가 전경련을 해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방법은 정부가 전경련을 상대해 주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든 기재부든 중요한 문제를 놓고 전경련을 회의석상에서 상대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경련을 특별히 상대한 적은 없다”고 답하자 유 의원은 “(지난 4월 유일호 부총리가) 골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골프를 치지 않았나. 왜 전경련 회장과 호텔에서 밥을 먹고 골프를 치느냐”며 “정부가 상대해주지 않으면 전경련은 대기업단체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의 2015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사는 총 600곳이다. 기업회원 510곳, 단체회원 86곳, 명예회원 4명이다. 현재 GS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본무 회장, 포스코 권오준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금호 박삼구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두산 박용만 회장 등이 회장단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