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진행중인 대규모 쇼핑·관광축제 ‘코리아세일 페스타(이하, 코리아세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특별할인 기간’이 9일 끝났다. 이제 남은 일정은 이달 말일까지 계속되는 ‘한류문화체험기간’과 ‘외국인특별할인기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5.1~8.9% 증가했다. 특히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면세점 매출신장률은 30%대까지 치솟았다. 코리아세일의 최대 수혜자다. 대형마트도 백화점 못지않게 수혜를 받았다. ‘내수진작을 통해 대형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 배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인된 셈이다.

‘대형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 배불리기’라는 비판에 중소기업청이 손사래를 치고 나섰다. 중기청은 지난 7일 ‘코리아세일 페스타 참여 전통시장 매출 동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행사가 당초 취지대로 내수경기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코리아세일 페스타’의 거점시장 17곳 중 15곳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3.0%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또 매출액은 20.8% 증가했으며 업종별로는 농산물, 축산물이 각각 23.8% 매출액 증가를 보였다.

코리아세일 페스타가 열린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사진=뉴시스>

중기청의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 내국인 대상 ‘대규모 특별할인 기간’에 쌀과 콩 등과 같은 농산물 그리고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 같은 축산물 매출이 23.8% 증가했다고 해도 전통시장 상인들의 호주머니는 두둑해 질 수 없다. 전통시장의 주된 상품은 모두 생필품이고 비교적 저가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반짝’ 수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고 한근 먹던 소고기를 두근 먹을 수 없고, 한공기 먹던 밥을 두공기 먹을 수 없다. 코리아세일 기간 동안 늘어난 매출은 행사 종료와 함께 매출이 급감할 것이다. 

대형백화점과 유통업체의 사정은 다르다. 주력 제품이 고가의 사치품 또는 소비재라는 점에서 매출 증가가 갖는 의미가 전통시장과 다르다. 또 이들 대형백화점과 유통업체가 호황 대비 다소 곤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사정이 나쁜 것도 아니다. 전통시장 상인 또는 소상공인 만큼 사정이 절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소상공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생산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다. 코리아세일의 중간성적표는 소비자인 소상공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형 백화점과 유통업체의 배만 불렸다. 또 이들 고가의 사치품 또는 소비재를 만드는 재벌기업 지갑만 채워줬다. 내수를 살리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민들의 지갑을 채워주자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서민들의 등을 치는 코리아세일 같은 행사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 정녕 내수진작을 원한다면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척결해야 한다. 또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야 한다. 근본적인 해법은 도외시하고 변죽만 울리고 나아가 서민들을 현혹하는 얄팍한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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