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면서. 근거없는 의혹으로 온 나라를 소란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에게 1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그랬다. 또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민생을 볼모로 거리에 나선 노동조합에는 양보와 배려 그리고 공동체정신 회복을 요구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왜, 시끄럽고 소란스러운지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거리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병우·안종범 수석, 미르·K스포츠 재단 때문에 국정감사는 청문회가 됐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등장하지 않아 반쪽짜리지만 말이다. 국정감사장 곳곳에서 고성과 비방이 난무하는 이유는 외면하고, 의원들에겐 입 다물라고 하면서 정작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있다. 그것도 ‘사실과 다른 왜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소란이 잦아들지 않고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 이유와 함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라니. 대한민국에서 발행하는 모든 신문과 방송은 최순실과 차은택을 얘기하고, 우병우·안종범 수석을 말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는 국민이라면 이들이 했다고 추정되는 일들을 알고 있다. 박 대통령만 모른다. 

길거리로 나선 노동조합에 대한 대통령의 훈수(?)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법률적인 측면만 보자면 화물연대 파업을 제외한 금융·공공부문의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행사다. 정부의 경제·고용정책 실패로 그 심각성이 더해만 가는 민생난과 청년실업을 핑계삼아 탓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인 고임금, 높은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 이들의 파업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그렇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이들에게 기득권 운운할 일은 아니다. 특히 법과 원칙을 유난히 강조하는 대통령의 입으론.

기득권을 남용해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사례는 대부분 정권과 밀접한 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김재수 장관이 기득권을 이용해 초저금리 대출을 받았고, 우병우·안종범 수석 역시 기득권을 악용한 경우다. 무슨 무슨 ‘피아’로 고유명사화된 낙하산 역시 정권과 관련이 있다. 반면 기득권이 없어서 소외받고 고통받았던 세속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가 그랬고, 지금도 영면에 들지 못하고 서울대병원 시신 안치실에서 갇혀 있는 고 백남기 농민이 그랬다.

저 멀리 있는 대통령이 하루 속히 속세로 나와 경제도 살리고 시끄럽고 소란스런 정국을 안정시켜주길 기대하고 싶다. 한가지 더 고대하는 것이 있다면 기득권을 남용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인사들에 대한 단죄도 함께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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