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놓고도 깎아주고, 되돌려주는 등 헛발질을 하고 있다. 1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체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 부과한 최초 과징금은 8조4990억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 부과한 금액은 3조7544억원에 불과했다. 처음에 결정한 과징금의 56%만 최종적으로 부과한 셈이다.

공정위는 불법행위 관련 매출액과 부과 기준율에 따라 최초 과징금을 산정한다. 과징금은 위반행위 기간과 횟수, 단순 가담 정도에 따라 1·2차 조정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공정위원회는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능력 등 경제적인 이유를 감안해 최종 부과 과징금을 결정한다. 공정위가 조정 과정에서 5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감면해줬다는 의미다.

제윤경 의원은 “공정위가 최종 부과한 과징금에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비중은 62.3%를 차지했다.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며 “감면해준 과징금의 대부분이 3차 조정인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발생했다. 대기업 대리인인 대형 로펌의 로비와 공정위 전원회의의 대기업 봐주기가 결합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은 하도급법 위반 기업들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분을 지적했다. 지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 하도급법을 위반한 기업에 최종적으로 부과한 과징금은 최초 산정액의 13%였다.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6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1·2차 조정 그리고 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최종 부과한 과징금은 486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도급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과징금 처분 비율도 미미했다. 최근 5년간 공정위가 집계한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5582건이었는데,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하도급법 위반 사건 대부분은 경고, 조정, 시정명령, 과태료 등 가벼운 제재 조치에 그쳤다.

과징금 처분에 반발한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배해 되돌려준 과징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공정위가 환급한 과징금은 1조원이 넘었다.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행정소송, 이의신청, 직권취소 등을 통해 환급되는데 행정소송을 통한 환급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에는 정유사 원적지 담합(2548억원), 라면담합(1241억원) 등 굵직한 과징금 사건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며 환급액 규모가 더 커졌다. 유의동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공정위는 수입의 99%가 과징금인데 패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촉구했다.

유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사 단계에서는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심결 단계에선 밀도 있는 심의를 거쳐 위원회에 올라가게끔 하겠다. 심결 단계에선 앞으로 소송에 갔을 때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파악해 패소율을 낮추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