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하는 궁금증을 한번쯤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 19~59세 급여소득자 10명 가운데 6명은 내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그 상세한 내역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1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는 ‘아 이곳에도 내가 낸 세금이 쓰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이슈화됐지만,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온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에 보험사기를 당한 사건을 주로 다뤘다. 이 사건 피해금액만 1500억원, 모두 세금인 셈이다. 무역보험공사 사기사건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2014년에는 약 7000억원을 사기로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무역보험공사가 당한 보험사기는 최근 5년간 46건, 227억29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회수한 돈은 단 10억6900만원(4.7%)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외교부가 정한 수당지급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소속 직원들에게 30억5126만원에 달하는 특수지근무수당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수억원을 들여 특급호텔에서 개최한 외국인투자유치 행사의 실적은 투자신고액(10억3893만달러) 대비 6%(6335만달러)다.

물론 모든 세금이 이처럼 부정하게 혹은 허투루 쓰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신뢰와 혈세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일이다.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다가, 자기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빙산의 일각’으로 덮어 버리기에는 사안이 엄중하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이 국가에 납부하는 돈이다.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국민으로부터 월급을 받을 만큼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는가? 요즘 이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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