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은 한때 유망한 창업아이템이었다. 진입장벽이 낮고 별다른 기술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 처음에 시설만 잘 갖춰놓으면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도 그 이유다. 게다가 인건비와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독서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049개였던 학생용 독서실은 지난해 885개로, 15%이상 줄었다. 또 온라인 강의 등 학습형태도 변하면서 예전처럼 ‘골방’ 모습의 책상에 앉아 책만 들여다 보던 독서실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아이엔지스토리 작심독서실 강남구 대표.   ©중기이코노미

이 때문에 프리미엄 독서실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취업준비생이나 자기개발을 원하는 성인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밝고 쾌적한 환경의 독서실이다. ㈜아이엔지스토리 작심독서실 강남구 대표는 유학파 친구들과 함께 영국 보들리안 도서관을 본뜬 프리미엄 독서실을 구상했다.

“독서실이라고 하면 어두컴컴하고 답답한 골방처럼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기존의 이러한 이미지를 벗고 목표를 향해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 있도록(작심, 作心) 공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부환경을 경험하면, 스스로 목표의식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창업 실패만 네 번…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영국 보들리안 도서관을 본딴 보들리안룸 내부. 작심독서실만의 차별화된 공간이다.   ©중기이코노미

강남구 대표는 앞서 네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리더가 체질에 맞는다고 판단, 대학 진학대신 창업을 선택했지만 연거푸 쓴맛을 봤다. 이후 마지막이라며 소셜커머스 창업을 위해 만난 ㈜티켓몬스터 대표와 인연이 닿아 인턴으로 입사, 21살에 지역확장팀장까지 올랐다. 22살엔 세계최초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알려진 그루폰 한국지사에서 B2B본부장도 맡았다. 그러나 창업 의지가 남달랐던 강 대표는 모든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다시 창업에 뛰어든다.

강 대표가 선택한 것은 차별화였다. 어둡고 답답한 독서실 이미지를 탈피해 작은 공간이라도 배움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 여기에 사회에서 만난 유학파 친구들도 함께 했다. ‘예일대·MIT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학습한 대학 도서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세계석학들이 경험한 공간을 한국학생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국 보들리안 도서관과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등 명문대 도서관의 디자인을 재현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행운과 성공을 의미하는 골드컬러와 지혜와 정의를 의미하는 네이비컬러로 통일성과 안정감을 줬고,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를 브랜드화하는 등 컬러와 심볼도 고려했다. 또 독자적인 시간관리프로그램으로 독서실 이용자가 스스로 공부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습습관과 입퇴실시간 등을 기록,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개인맞춤형 학습관리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여기에 ‘프리미엄’에 걸맞는 최상의 제품을 사용했다고 강 대표는 소개했다.

작심독서실에서 사용하는 시간관리프로그램. 지문을 찍고 출입을 한다는 점은 기존 독서실과 비슷하나, 학습량·학습시간 등 학습 관련 데이터를 기록해 관리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기존 독서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작심독서실은 문을 연지 5개월 만에 전국에 6개의 체인점을 냈다. 충남 태안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서울 목동점을 오픈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만 세 곳이고, 계약이 성사된 곳까지 포함하면 열 군데가 넘는다. 강 대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독서실을 오픈하면 평균 3주안에 만석이 된다고 말했다.

주변업체·학교와 상생하는 ‘착한 프랜차이즈’ 꿈꾼다

“독서실 역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상권과 상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기존 독서실에 인사를 다니러 가기도 합니다. 또 프로젝트를 통해서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제품을 납품받고 있습니다”

작심독서실 내부에 있는 카페. 독서실 사용자와 비사용자 모두 이용 가능하다.   ©중기이코노미

예컨대 독서실이 주변 상인들과 연계, 독서실 이용자가 피자를 먹으면 피자집에서 콜라 1.5리터를 공짜로 제공하는 식이다. 또 작심 SNS에 ‘좋아요’를 누른 소상공인들과 함께 작업도 한다. 볼펜·가구·화분·마케팅 업체 등도 이렇게 선정했다. 연말부터는 작심독서실이 있는 지역의 학교와 제휴해, 여건상 학습환경을 갖추기 힘든 학생들에게 독서실 이용권을 장학금 형식으로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과도한 가맹비와 부자재 강매, 본사 갑질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프랜차이즈는 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개인이 창업하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에서 차별성까지 갖출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도 자영업자에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독서실 사업이 아니라고 했다. 공부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공무원이나 회계사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고, 이를 통해 뭐가 됐는지 등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통계를 내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등 비즈니스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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