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기업 A는 스마트폰에서 터치를 인식할 수 있는 장갑을 개발해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에 올렸다.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사에는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이 장갑의 실용신안 권리자라고 주장하는 중국기업과 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낸 권리침해 경고장이었다. 법정에서 다퉈볼까 고민도 했지만 실용신안권 등록을 하지 않았기에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A사 대표는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장갑 사업을 접어야 했다.

중국 진출 기업이라면 실용신안으로 빠르게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왔다. 특허법인고려 김태수 변리사는 1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콘텐츠 해외진출과 IP 분쟁해결’ 포럼에서 “중국에서 실용신안은 무심사주의다. 특허보다 등록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권리를 행사하는 데는 특허권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용신안이란 특허보다 고도성이 떨어지는 창작을 말한다. 특허가 발명이라면 실용신안은 고안에 가깝다. 관련 법에 따르면 특허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이며, 실용신안은 ‘물품의 형상·구조 또는 조합에 관한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다. 이론상으론 다르지만 실무에서는 특허와 실용신안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김태수 변리사가 중국에서 실용신안을 권장하는 이유는 초보심사만으로도 등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심사까지 거쳐야 하는 특허와 달리 빠르게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은 중국에서의 실용신안 출원을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일본 출원인의 중국 실용신안 출원은 2000년 87건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3009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인의 출원도 128건에서 1705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4년 기준 344건으로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적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지재권 등록에 소극적인 편이다. 등록해봤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은 지재권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것이 김 변리사의 설명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에 출원된 특허 260만여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2만여건이 중국 특허다. 상표 출원은 2014년 200만건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상표 출원은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분쟁에 휘말렸을 때 중국 법원이 자국기업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편견도 사실과는 다르다. 특허청의 중국 지재권 활용 보호 가이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법원에서 외국원고와 중국피고가 특허침해·행정소송으로 맞붙었을 때 외국원고 승소율은 75%였다. 중국기업간 특허소송에서의 원고 승소율은 63%였다. 외국기업이 지재권 피해를 입었을 때 충분히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