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은행 문턱 높은 이유 ‘대기업과 격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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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은행 문턱 높은 이유 ‘대기업과 격차’ 때문 생산성 등 신용등급 차별 만들어…은행이 中企 모르는 것도 문제

기사입력2016-10-14 13:0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 결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애로사항은 ‘높은 대출금리(29.2%)’, ‘까다로운 대출심사(23.3%)’다. 이 두 항목은 전년대비 각각 10.2%p와 6.0%p가 증가했다. 이어 ‘과도한 부동산 담보요구’가 14.3%였다.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으려 해도 금리가 높고 심사도 까다로운데다 담보까지 요구하니, 돈 빌릴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보수성향의 국가미래연구원과 진보성향의 경제개혁연대이 ‘금융시장에서의 대·중소기업 격차’를 주제로 연 최근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홍재근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기업규모별 대출잔액은 대기업이 2013년말 150.4조원에서 2016년 7월 164.3조원으로 13.9조원, 9.2%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473.4조원에서 584.7조원으로 111.3조원, 23.5% 증가해 대기업보다 증가속도가 빨랐다. 통계만 보면, 은행문턱의 높낮이는 대·중소기업 모두 동등해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중기이코노미

또 기업규모별 대출금리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업 금리는 2013년말 4.43%에서 2016년 7월 3.08%로 1.35%p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4.84%에서 3.53%로 1.31%p 줄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 여건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또 기업규모별 대출연체율은 같은 기간 대기업이 0.82%에서 2.31%로 급증했지만, 중소기업은 0.88%에서 0.82%로 소폭 감소했다. 이를 놓고 보면, 은행이 부실채권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대기업과 관계를 가져갈 유인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홍재근 위원은 이에대해 달리 해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비교해 불평등이나 접근성이 완화됐다기보다는, 가계부채가 높고 대기업의 외부자금 수요가 부진함에 따라 중소기업에 자금이 과다공급된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의 대·중소기업 격차’ 토론회에서 명지대 경제학과 원승연 교수 역시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정치적 저항’이 적다는 이유로 중소기업과 가계에 신용공급을 확대한 결과라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금융시스템에서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경영혁신연구원 한종관 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제도는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며, 일자리창출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축은행이나 햇살론, 미소금융과 같이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용 낮은데 금융접근성을 높이자는 것은 무리”

앞서 밝혔듯이 중소기업이 금융을 이용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대기업 보다 높은 금리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에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이 3%대 대출금리를 적용받은 것은 2015년으로 약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월1일부터 31일까지의 1개월간 대기업 대출금리는 0.03%p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0.03%p 높아졌다. 3%대 대출금리도 신용등급 상위권인 중소기업만 해당된다. 은행연합회의 2016년 6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현황’을 보면, 신용등급 4등급인 중소기업에 3%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은 조사대상 14개 은행 중 5개다. 기업은행과 전북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4등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가 각각 4.88%와 4.90%로 5%에 육박했다. 대출이라는 것이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전제로 하는 만큼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행태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기이코노미

이에 관련 경영혁신연구원 한종관 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업들도 자기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기업의 어떤 점을 어떻게 평가받는지 잘 모르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신용평가가 낮은 것은 중소기업들이 신용관리에 소홀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장은 “신용도가 높지 않는데, 금융접근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무리”라며 “중소기업에 자금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평가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컨설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 ‘정보비대칭성’ 보완 필요

하지만 한 원장은 “평가항목별 부도확률을 가중결합한 부도확률값(PD값)에 기초한 신용평가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해 금융기관의 대출기피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가치는 성장가능성과 기술력으로 나타나는 면이 큰데 재무제표에만 의존해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의 정보비대칭성이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서울여대 경제학과 이종욱 교수는 토론회에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다양하듯,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 다양성을 중소기업 금융접근성에 어떻게 반영할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 연구위원 역시 이 교수와 유사한 대안을 제시했다. 홍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독일의 경우 은행과 중소기업이 오랜기간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며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중소기업 정보들을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통해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금융위가 재작년 관계형금융 제도를 도입하고 은행이 그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지만,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경영혁신연구원 한 원장 또한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원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은 항상 존재한다. 은행들도 중소기업의 어떤 측면을 평가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은행과 중소기업간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이 한결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수단 부족 “매출채권팩토링 활성화 대안”

중소기업이 은행권을 제외한 자금조달 수단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 자료 중 중소기업 외부자금 조달 수단별 비중을 보면, 2015년 은행자금 비중은 79.0%로 2014년 69.2%보다 9.8%p가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중소기업의 주식·일반회사채를 통한 직접금융 규모는 1218억원으로 대기업 1조9006억원의 6.4% 수준이다. 중소기업 직접금융 비중은 2013년 1.7%, 2014년 3.2%, 2015년 5.5%로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낮다.

홍재근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한 한 대안으로 매출채권팩토링 제도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매출채권팩토링 제도는 금융기관들이 기업으로부터 상업어음이나 외상매출증서 등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홍 연구위원은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이 매입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자금유동성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신용도도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 매출채권은 물품구매 기업이 부도시 판매 중소기업에 상환의무가 있었는데, 현재 논의되는 매출채권팩토링 제도는 상환청구권이 없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생산성 등 대기업과의 차이 줄이는 게 근본 해결방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중소기업 금융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금융불평등은 생산성 격차 확대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107로 대기업 364의 29.4%다. 이런 생산성 차이가 곧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용등급 차이로 나타난다.

홍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간 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포용적 성장’ 개념을 제시했다. 포용적 성장은 경제성장의 목적을 삶의 질 제고에 두고 있으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성장과실을 공유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포용적 성장 정책은 정부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회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결과의 불평등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포용적 방식의 생산성 증대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 대·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이미 확인된 현실에서 정부가 통합적 접근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