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에게 혈당측정은 혈당의 변화를 점검·관찰해 혈당조절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이센스의 혈당측정기 ‘케어센스’는 바이오센서 기술과 전기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0.5㎕의 혈액으로 5초 안에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케어센스는 혈당관리 프로그램인 스마트로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혈당측정값을 기록할 수 있다. 혈당측정 후 블루투스나 NFC(near field communication)로 어플리케이션에 측정값을 보내면 통계적 수치·그래프 등으로 혈당추세를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센스 남학현 사장(CTO)   ©중기이코노미

기술 자신감으로 연구에서 창업, 제품생산까지

아이센스의 차근식 대표이사(CEO)와 남학현 사장(CTO)은 1991년 광운대 화학과 동료교수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두 사람은 대학원생들과 바이오센서 기술을 연구하며 중소기업이나 삼성 등 대기업과 산학연구과제를 수행했다. 2000년 당시 산업자원부의 기술연구과제를 추진했지만 함께 작업할 회사를 찾지 못한 두 교수는 함께 연구하던 대학원생 5명과 아이센스를 창업했다. 처음엔 바이오센서 연구라는 ‘막연한’ 시작이었지만, 그해 말 창업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직원들을 먹여 살릴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모델이 필요했다.

그동안 연구해온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센스는 사업방향을 혈당측정기로 잡았다. 당시 혈당측정기 시장은 7조원 규모였다. 현재는 13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당뇨환자의 증가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아이센스 창업 초기에는 로슈, 존슨앤드존슨, 애보트, 바이엘, 아크레이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혈당측정기 시장의 98%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시장규모가 크고 진입장벽이 다른 의료기기보다 낮았지만, 틈바구니를 찾기가 어려운 시장이었다. 남학현 사장은 “이 시장의 0.1%만 차지해도 70억원, 직원들하고 충분히 먹고 살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센스의 혈당측정기 ‘케어센스’는 바이오센서 기술과 전기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0.5ml의 혈액으로 5초 안에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중기이코노미

기술지주회사를 꿈꿨던 아이센스는 2001년 기술개발을 마치고, 이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제품이 없는 기술만을 사겠다는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필요했다. 아이센스는 2002년 정부의 부품소재 연구과제를 유치하고 매칭펀드와 대표이사의 사재를 털어 광운대학교 앞에 지하2층 지상4층 규모의 파일럿공장을 세웠다. 그동안 연구해온 모든 기술을 적용해 생산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2003년 10월 시제품 케어센스가 나왔고, 제품생산 1년 만에 18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시장에 나온 어떤 제품보다 가장 우수한 기술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여기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위해 특허조사를 철저히 했죠. 또한, 원가분석을 통해 경쟁제품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출시할 생산 프로세스도 구축했습니다”

기회 뒤에 찾아 온 고비 넘기고 코스닥 기업으로 승승장구

혈당측정기 구성기기<자료=아이센스>

2005년에는 미국 혈당측정기 업체인 아가매트릭스사로부터 1회용 소모품인 ‘스트립’의 생산의뢰를 받았다. 어떤 특허도 침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일 7만5000개의 스트립 생산능력을 갖춘 아이센스에 아가매트릭스는 2006년 1월부터 1일 30만개를 납품해 줄것을 요청했다. 생산시설 확대에 주어진 시간은 4개월이었다. 생산기계 등은 모두 아이센스가 직접 개발해 주문제작한 것이었기에 전 직원이 매일 밤을 새며 준비해야 했다. 남 사장은 “이 시기가 제 인생에서, 또 아이센스의 역사 중 가장 바쁘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던 때였다”고 회상한다.

잘 나가던 아이센스도 2008년 한차례 고비를 맞는다. 강원도 원주에 연생산 10억개의 대규모 스트립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에 들어갔지만,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린 탓인지 제품 불량률이 높아졌다. 또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장준공을 위해 차입한 엔화의 가치가 오르면서 장부상 부채 규모가 두 배로 뛰었다. 다행히 매출액은 줄지 않았고 불량품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면서 이후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이센스 서초동 사옥.   ©중기이코노미

아이센스는 혈당측정기 외에도 동물용 혈당측정기, 혈액전해질분석기, 혈액가스분석기, 당화색소분석기 등 체외진단기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현재 개발 중인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부착해 24시간 혈당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차세대 혈당측정기다. 2019년 1조원의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연속혈당측정기 개발을 통해 아이센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체외진단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Be a good citizen’ 상식에 맞는 경영이 정답

“아이센스는 매출액의 10%를 연구비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연구인력은 98명이고 대부분 석·박사급 인재들이죠. 25년 전 대학교 작은 연구실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공동창업자 차근식 대표이사는 물론 당시 대학원생으로 창업을 함께 한 5명의 직원들 모두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3년 코스닥에 등록한 ㈜아이센스는 현재 연 매출액 1200억원을 기록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 80여개국에 혈당측정기와 스트랩 등을 수출하고 있다.<사진=아이센스>

“이제 회사 규모가 커지다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사장이 결정해 명령하면 시작은 빠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감정이 상하면 회사 운영의 암초가 될 소지도 있습니다.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결정이 시작을 늦추기는 해도 진행과정은 일사분란하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깨달었죠”

그의 경영철학은 ‘Be a good citizen’이다. 옳고 그르다는 것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을 포함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게 회사를 운영하면 큰 어려움도 없고,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를 경영해 오면서 주변을 보니 망하는 회사는 특징이 있다고도 했다.

“첫째는 대표가 너무 아는 척 하는 경우죠. 저도 연구만 하던 사람이라 기술 말고는 회계·경영·인사·영업·생산 등 뭐 하나 아는 게 없습니다. 두 번째는 경영진의 욕심이 많아 도덕성이 결여된 회사입니다. 기업이 어느 정도 크면 사주 일가족이 주식을 조금씩 가져가고 온가족이 회사 돈을 빼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사주 일가족의 노예라고 느끼면 그 회사는 오래 갈수 없습니다”

남학현 사장의 경영철학은 ‘Be a good citizen’이다. 그는 “사람들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게 회사를 운영하면 큰 어려움도 없고,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세 번째는 경영진이 자기 회사와 상관없는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다. A를 잘했다고 B도 잘하는 것이 아닌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분야에 손을 대 회사가 갑자기 망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는 경영진이 겉치레를 좋아하는 경우다. 그는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자랑하는 회사 치고 오래가는 회사 없더라”고 말한다.

아이센스는 공장을 준공했을 때도, 신사옥으로 이사할 때도 그 흔한 축하행사도 하지 않았다. 직원업무에 부담주는 떠들썩한 행사는 안하는 게 원칙이다. “그 시간에 연구하고, 그 돈 모아 직원들 월급 더 챙겨주는 게 진짜 회사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남학현 사장. 5년 내 회사가치 1조원, 10년 이내 1조원 매출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이센스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다크호스로 소리 없이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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